‘현실판 슬램덩크’ 선출 한 명 없는 시골 청년들이 전국대회에 입상했다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2.28 11: 54

“농구 좋아하세요?”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채소연이 주인공 강백호에게 건넨 첫 마디다. 채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공을 잡은 강백호는 점차 순수하게 농구에 빠져든다. 어느덧 실력이 일취월장한 강백호는 전국최강 산왕공고와의 전국대회 2라운드에서 버저비터 점프슛을 성공시키며 영웅이 된다.
강백호처럼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우리 주위에도 있다. ‘2023 전국 종별 농구대잔치’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개최됐다. 동호회 클럽농구 디비전4에 속하는 종별 농구대잔치는 ‘엘리트선수 출신’ 선수의 참여가 엄격히 제한되는 순수 아마추어 대회다.

결승전에서 대구 PDG가 서울 슬로우를 51-45로 꺾고 영광의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16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한 PDG의 주전센터 박기덕이 대회 MVP를 차지했다.
화제의 팀은 대회 공동 3위를 차지한 충북 단양 DBL이다. 단양군은 인구 2만 7천여명의 산골이다. 갈수록 젊은 층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 동호회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단양에서 출생한 소수의 청년들도 저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DBL은 11명의 선수단을 꾸려 전국대회에 출전, 대도시의 강호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선에서 원주 에이스를 40-36로 꺾은 DBL은 준우승팀 서울 슬로우와 싸워 접전 끝에 27-39로 역전패를 당했다. 1승1패로 8강에 오른 DBL은 8강전에서 대전 피벗을 41-36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기세가 오른 DBL은 4강에서 우승팀 대구 PDG를 맞아 42-49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4쿼터 중반까지 앞서던 DBL은 2미터 장신센터 박기덕을 막지 못해 막판에 무너졌다. 주전 중 최장신이 190cm인 DBL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군단위 농구동호회로서 전국대회 3위 입상은 대단한 쾌거다. 43세의 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한 DBL 주장 유권은 “오랫동안 함께한 팀원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정말 감사하다. 동호회 활동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부인과 아들 그리고 태어날 쌍둥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DBL 멤버들 (유권, 김주상, 전용표, 김만기, 정지훈, 정진균, 김현수, 이동찬, 신승목, 임원규,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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