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잃고 실력을 얻은 '차세대 에이스', 분데스리가에 균열 일으키나 [정승우의 분데스토리]

율리안 브란트(27, 도르트문트)가 길었던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끝내려 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25일(한국시간) 독일 호펜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분데스리가 22라운드 TSG 1899 호펜하임과 맞대결을 펼쳐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도르트문트는 승점 46점(15승 1무 6패)을 만들면서 아직 한 경기 덜 치른 2위 바이에른 뮌헨(43점)과 3위 우니온 베를린(43점)을 따돌리고 우선 리그 선두에 등극했다.

도르트문트는 이날 호펜하임의 홈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호펜하임은 강등권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승점이 간절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라도 원정에서 독기오른 호펜하임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웅이 등장했으니 최근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 율리안 브란트다. 

어려웠던 경기 분위기를 바꾼 브란트의 선제골은 전반 43분 터졌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은 도르트문트는 팀의 주장이자 지난 경기 프리킥으로 득점을 맛본 마르코 로이스가 키커로 나섰다. 로이스는 예리한 킥을 날렸고 브란트는 허리를 숙였다. 공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슈팅을 의도한 것인지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일단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로이스의 발을 떠난 공은 브란트의 등을 때린 뒤 골문으로 향했다.

이 골로 기세를 잡은 도르트문트는 후반전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쳤고 결국 승점 3점을 얻어내며 리그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했다.

이 경기 최고 평점을 받은 브란트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89%(49/55), 기회창출 3회, 유효 슈팅 3회, 드리블 성공 2회를 기록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브란트가 이번 경기에서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브란트는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공격 포인트로 치면 5경기 연속이다. 브란트는 이번 시즌 리그 22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란트는 분데스리가에서 손꼽히는 '꽃미남' 중 한 명이었다. 하얀 피부와 찰랑거리는 금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기대와 함께 2019년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떠나 도르트문트로 향한 브란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만 보였다. 알맞은 역할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그랬던 브란트가 이번 시즌은 펄펄 날고 있다. 눈에 띄는 차이는 머리숱이 줄었다는 점이다. 외모와 실력을 뒤바꾼 것처럼도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지난 10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이 지배했다. 10회 연속 리그 우승(2012-13, 2013-14, 2014-15, 2015-16, 2016-17, 2017-18, 2018-19, 2019-20, 2020-21, 2021-22)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며 그전까지도 이미 21회 우승에 성공하며 독일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

시즌 초반 뮌헨이 주춤한 사이 우니온 베를린은 차근차근 승점을 모았고 뮌헨과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도르트문트는 월드컵 휴식기 이후 치른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어느새 1위에 올랐다.

2위 뮌헨과 3위 우니온 베를린은 오는 27일 오전 1시 30분 뮌헨의 홈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두 팀간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라운드 2위를 확보한 도르트문트다. 

도르트문트는 2011-2012시즌 이후 약 11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실력이 만개한 브란트가 도르트문트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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