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은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먼저,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일반 국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은 백성(百姓)이다. 곧, 100(百)은 ‘모두’를 뜻한다. 관형사 ‘온’은 ‘전부의’ 또는 ‘모두의’를 의미한다. 숫자 100의 순우리말이 ‘온’이다.
또, 완성과 열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시험에서, 보통 만점(滿點)을 나타내는 숫자가 100이다.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라는 말은 끈기와 노력을 속성으로 하는 열성을 기울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스포츠에서도, 100은 뜻깊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판가름하는 종목은 육상 100m 달리기다. 축구라고 100이 지닌 의미를 폄훼할 리 없다. 국가대표로서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100회 출장하면 FIFA(국제축구연맹) 센추리 클럽 가입의 영예를 안는다.
그뿐이랴. 기록을 축적해 가는 과정에서, 100은 곧잘 중요한 이정표로 쓰인다. 축구에서 득점을 예로 들면, 100골→ 200골 →300골 … 등 100골 단위로 기록 수립을 기린다.
이 맥락에서, 위르겐 클롭(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최근 영광의 반열에 올랐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00경기 지휘 감독 클럽’에 자리매김하는 감격을 누렸다. 1955년 유러피언컵으로 발원해 1992년 UCL로 이름을 바꾸며 흐름이 끊어지지 않은 68년 역사상 여덟 번째 ‘명장’으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BVB 36경기와 리버풀 64경기 엮어 사상 여덟 번째 가입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은 25일(이하 현지 일자) 의미 있는 기록 통계를 발표했다. “UCL 16강 레알 마드리드전(21일·안필드)은 클롭 감독이 UCL에서 백 번째 지휘봉을 잡은 한판이었다. 클롭 감독은 UCL 100경기 지휘 감독 클럽에 가입한 사상 여덟 번째 사령탑이 됐다”라고 밝혔다(표 참조).
IFFHS는 “클롭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VB)에서 36경기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에서 64경기를 각각 지휘했다”라고 덧붙였다.
클롭 감독은 전방 압박 전술인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을 앞세워 일세를 풍미하고 있는 명감독이다. 게겐프레싱을 전술적 색채로 이식해 BVB와 리버풀을 각각 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부활의 노래’를 울려 퍼지게 했다. BVB를 2연속(2010-2011~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정상으로 이끈 지도력을 높게 평가받아 2015년 10월 리버풀 사령탑에 앉은 클롭 감독은 EPL에서도 명장의 풍모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몰락한 명가(名家)”라는 조롱까지도 들어야 했던 리버풀은 클롭 감독이 옮겨 심은 ‘우승 유전자’에 힘입어 왕년의 영광을 재현해 가고 있다. 2018-2019시즌 빅 이어(UCL 우승컵)를 들어 올린 데 이어 2019-2020시즌 마침내 EPL 정상에 올라섰다. EPL로 옷을 갈아입은 뒤 첫 번째 우승이었고, 1989-1990시즌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어졌던 리그 우승이 30년 만에 재현된 감격적 순간이었다.
UCL 100경기 출장 감독 클럽의 가장 윗자리는 ‘경(Sir)’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몫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1980~2013년까지 UCL 마당을 총 202회 밟았다. 유일하게 200회 이상 사령탑을 지휘한 데에서도 퍼거슨 감독이 얼마나 명감독이었는지를 새삼스레 엿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의 기록을 넘보는 사령탑은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다. 아직도 사령탑을 지휘하는 현역인 안첼로티 감독은 1997년부터 186경기를 쌓아 오며 2위에 자리했다. 퍼거슨 감독과 불과 16경기 차여서, 최대 한 시즌에 13경기를 치르는 현 체제에 비춰 볼 때, 빠르면 2023-2024시즌 새로운 왕자(王者)로 등극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클롭 감독이 100클럽 이정표를 세울 때 적장으로 마주한 사령탑이 안첼로티 감독이었다. 그날(1차전) 웃었던 승장은 안첼로티 감독이었다. 적지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5-2로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막내로 UCL 100경기 출장 감독 클럽에 들어간 클롭 감독이지만 곧 한 단계 더 위로 올라선다. 나란히 100경기에서 지휘봉을 잡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을 제치고서다. 알레그리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유벤투스의 이름을 이번 시즌 UCL 16강 명부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이 한 걸음 더 내디딜 마당은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을 16강 2차전이다. 오는 3월 15일 레알 마드리드의 안방인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질 일전은 승패를 떠나 클롭 감독이 알레그리 감독보다 한 걸음 더 앞선다는 의미를 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