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세워진 클럽' 우니온 베를린의 돌풍, 유럽 무대에서도 이어진다 [정승우의 분데스토리]

"우니온은 더 멀리 간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지난 10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이 지배했다. 10회 연속 리그 우승(2012-13, 2013-14, 2014-15, 2015-16, 2016-17, 2017-18, 2018-19, 2019-20, 2020-21, 2021-22)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며 그전까지도 이미 21회 우승에 성공하며 독일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

2022-2023시즌, 뮌헨이 잠시 주춤한 사이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왔다. 라이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승점 43점을 기록하며 뮌헨(43점)과 동점으로 2위에서 추격 중이다.

이들과 동등한 43점을 기록하면서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FC 우니온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지난 2018-2019시즌 2부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하며 1부 리그를 16위로 마쳤던 VfB 슈투트가르트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창단 처음으로 1부 리그를 밟았다.

창단 첫 1부 리그를 경험한 우니온이었지만, 하나로 뭉친 이들은 꾸준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2019-2020시즌 11위를 기록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잔류에 성공했다. 이후 우니온은 2020-2021시즌 7위, 2021-2022시즌 5위라는 성적을 기록, 독일 최상위 리그에서 자리 잡았다.

우니온의 클럽 역사에서 '헌혈'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우니온 팬들은 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팬들은 지난 2004-2005시즌을 앞두고 재정난으로 클럽 라이선스 유지가 위태로워지자 발 벗고 나섰다.

팀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팬들이 직접 모금에 나섰으며 많은 수의 팬들은 헌혈해서 받은 돈을 팀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 2008년 홈 경기장 재건축 때는 2,000여 명이 넘는 팬이 직접 노동력을 보태기도 했다. 그야말로 '피로 세워진 구단'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우니온은 이제 유럽 무대로 진출한다. 우니온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치른 AFC 아약스와 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24일 2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 '빌트'는 24일 "우니온은 더 멀리 간다.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했다"라며 이들의 16강 진출을 알렸다.

경기가 종료된 뒤 빌트에 따르면 우니온의 미드필더 라니 케디라는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우린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고 승리할 자격이 있다. 경기장에서 팀 정신을 발휘한다면 우리를 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경기 득점을 기록한 오른쪽 풀백 요시프 유라노비치는 "우린 역사적인 일을 해냈으며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내 왼발 슈팅은 예상보다 아주 좋았다"라며 "경기장 분위기는 훌륭했고 팬들은 우리의 12번째 선수였다"라고 전했다.

우르스 피셔 우니온 감독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선수들은 지칠 줄 몰랐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니온 베를린은 유로파리그 16강에서 로얄 위니옹 생-질루아즈를 만난다. 생-질루아즈는 벨기에 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분데스리가와 유럽 무대를 모두 누비게 된, 약 20년 전 팬들의 피로 일어선 구단이 이번 시즌 어떤 역사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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