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구 팬들은 세계적 명장을 뜨겁게 맞이했다.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맞대결. 이날은 양 팀의 맞대결보다는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데뷔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찾아오면서 흥국생명 구단은은 취재 동선을 새롭게 정해야 했다.
경기 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의 기자회견에서도 아본단자 감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잘 모르겠다.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는 항상 취재진이 이 정도 왔던 것 같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이날 흥국생명과 아본단자 감독이 첫 단추를 끼는 날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을 때도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느꼈다"면서 "김연경 선수 때문에 한국 팬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원래 쑥스러운 사람이 아닌데 팬들의 관심에 쑥스럽다"고 한국 팬들의 열정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는 매진 기준 5800석에 약간 못 미치는 50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입장했다.
이렇듯 한국 팬들의 열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체감한 것은 또 달랐다. 이날 경기 전 선수단 소개 시간, 모든 선수들이 소개되고 아본단자 감독의 이름이 처음으로 체육관에 울려퍼지던 순간, 그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환호성이 아본단자 감독을 향해 쏟아졌다. 팀 내 최고 스타 김연경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때로는 세심하게, 때로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이미 아본단자 감독을 경험했던 김연경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김연경은 “유럽 지도자분들은 열정도 있고 표현력도 많다. 감독님께서 앞으로 더 많은 파이팅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지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서 저희도 많이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인천 흥국생명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황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30년 지도자 인생에서 이렇게 따뜻한 환대를 받고 뜨거운 분위기는 처음이었다”라며 명장도 놀래킨 한국의 열정에 미소를 지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오는 2024-2025시즌까지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는다. 그 사이 김연경이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고 유럽의 명문 구단에서 다시 오퍼를 받는 등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아본단자 감독이 느낀 한국배구의 첫 인상은 긍정의 연속이었고 그 이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흥국생명은 아본단자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한국도로공사전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셧아웃 완파하고 2위 현대건설과의 승차를 7점 차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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