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의미의 축구는 1863년 영국에서 잉글랜드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가 창설되면서 출범했다. 160년의 오랜 연륜이 쌓인 축구에서, 사상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팬들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브라질이 낳은 불세출의 월드 스타인 펠레를 꼽을 듯싶다. 적어도 그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1999년,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실시한 투표에서, 펠레는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또, 같은 해에 『프랑스 풋볼』이 은퇴 선수 중 발롱도르(Ballon d'or: 황금빛 공) 수상자로 뽑은 인물도 펠레였다. 펠레가 역대 으뜸의 선수로 손꼽힐 만한 배경이다.
펠레의 본명은 에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다. 펠레는 애칭이다. 또한, ‘검은 진주(A Perola Negra)’, ‘축구의 왕(O Rei do Futebol)’. ‘왕 펠레(O Rei Pelé)’, ‘왕(O Rei)’이라는 별명도 있다. 모두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별칭이다. 오죽하면 1961년, 자니우 쿠아드루스 브라질 대통령이 국보로 지정했을까.
그런 펠레는 지난해 말(12월 29일·이하 현지 일자)) 세상을 떠났다. 82세 2개월 6일을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펠레도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됐다. 한동안 올려져 있던 FIFA(국제축구연맹) 누리집 첫머리 펠레 추모 관련 폴더도 언젠가 자취가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던가. 펠레는 갔지만, 그가 남긴 기록은 여전히 눈부신 빛을 발한다. 앞으로도 스러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후대인의 가슴속에서 길이 살아 숨 쉴 것 같다.
펠레, 역대 리그 최다골 단연 선두… 홀로 ‘600득점 고지’에 올라
펠레가 살아생전에 세웠던 기록이 뒤늦게 새로 각광을 받을 듯하다. IFFHS가 지난 21일 오후 올 타임 월드 베스트 리그 골 스코어러를 최초로 집계해 밝히면서다. IFFHS는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최고 득점자의 ‘역사적 세계 순위(the historical world ranking’를 발표한다”라며 1~16위까지를 열거하고 조명했다.
이번 집계는 순수한 각국 리그 득점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리그는 물론 컵대회와 국제 클럽 대항전까지 포함해 이뤄진 기존 집계와 차별화한 방식이다.
IFFHS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다고 자부하며 내놓은 이번 자료에서, 펠레는 맨 윗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새겨 놓았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고지에서 홀로 우뚝 서 포효를 터뜨렸다. ‘600득점 클럽’을 창설하고 유일하게 들어갈 만큼 독보적이었다
IFFHS 공개 자료에 따르면, 펠레는 리그에서만 모두 604골을 터뜨렸다. 1957~1977년까지 줄기차게 골 기록사를 써 내려간 발자취다. 브라질에서 567골, 미국에서 37골을 각각 기록했다(표 참조). 1937~1960년 573골을 기록하며 2위에 자리한 아버 렌스트라(네덜란드)보다 무려 31골을 더 뽑아냈다.
호마리우(브라질)는 3위에 올랐다. 1985~2007년 5개국(브라질·네덜란드·스페인·미국·호주) 무대에서 활약하며 총 544골을 잡아냈다.
20세기 중반부에 활약한 ‘전설적 골잡이’들인 요제프 비찬(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과 푸슈카시 페렌츠(헝가리→ 스페인)는 나란히 515골로 4위에 자리했다.
21세기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각기 6, 7위에 머물렀다. 호날두는 2002년 첫 골을 넣은 뒤 지금까지 모두 503골을 기록하고 있다. 호날두보다 2년 늦은 2004년 골과 연(緣)을 맺은 메시는 491골을 기록 중이다.
최근 500득점 클럽에 가입한 호날두였지만, 펠레에 비하면 족탈불급이었다. 2022-2023시즌 사우디 프로페셔널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긴 호날두(알-나스르)는 지난 9일 알-웨흐다전에서 포커(Poker: 4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건만, 높고 두껍기만 한 펠레의 벽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새로 조명된 펠레의 리그 득점 기록은 경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지 않나 보인다. 아직 활동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그나마 가깝게 다가선 호날두와 메시에게조차도 버겁게만 느껴지는 격차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신보다는 그 차를 얼마만큼이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이지 않나 싶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