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축구가 뭐다'라는 것을 시즌 내내 보여줬다는 것이 8위한 것보다 더 큰 성과입니다. 감독으로서 큰 자부심이죠."
K리그2 13개 팀의 사령탑과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 모여 2023 K리그2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OSEN은 김포FC의 고정운(57) 감독과 만났다. 지난해 신생구단으로 K리그2에서 첫 시즌을 보낸 고정운 감독과 김포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8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지난 시즌 개막에 앞서 "목표는 없다"라고 말했던 고정운 감독은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다음은 고정운 감독의 일문일답.
-기대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처음에는 물음표였다. 초반 3~4경기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느낌표로 바뀌었다.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스스로를 믿기 시작하며 마지막까지 잘 됐다.
-지난 시즌 욕심은 없다고 했지만, 선수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순위에 대한 욕심, 목표는 올해도 없다. 다그친 것은 팀의 환경과 선수들, 처음에 준비할 때 시간도 부족했다. 이번에 합류한 두 팀은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우린 12월 25일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만들어졌다.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을 이끌고 K리그2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 정신적으로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끝날 때까지 채찍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십수 년 동안 K리그2에서 하위권에만 있는 팀도 있다. 1년도 안 돼 성적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승과 플레이오프가 아니고서는 의미가 없다. 단 올해도 우리는 홈에서만큼은 좋은 경기를 펼치고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또 전 구단 상대로 1승씩은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창단 2년차다. 좋은 구단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은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홈팬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주기 위해 홈에서는 승리했으면 좋겠다.
-새롭게 합류한 2팀 전력 파악은.
지난 시즌 우리 팀의 전력은 모두 공개됐다. 이번 신생 2팀은 전력 분석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우린 1라운드를 쉬고 3월 5일 첫 경기를 천안시티와 한다. 다행이다. 정보가 없다.
1년 동안 시즌을 치러보니 2부는 특출난 팀이 없다. 올해는 김천상무 한 팀만 힘들 것 같다. 나머지는 거기서 거기다. 이번에 들어오는 천안시티, 충북청주도 좋은 팀으로 변모할 것 같다. 절대 강자도 없고 절대 약자도 없는 것이 K리그2다. 모른다. 시즌을 치러보면 돈을 많이 쓴 팀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어려운 리그다.
-지난 시즌과 분위기가 다를 것 같다.
많이 다르다. 선수들도 새롭게 왔다. 외국인 선수 3명이 왔다. 그들과의 전술적인 부분, 커뮤니케이션이 올 시즌 관건이다.
수비 가담이 부족하면 아무리 외인 선수라도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변함없다. 선수들하고 미팅할 때도 하는 말이다. 결국은 우리가 우리보다 뛰어난 팀과 경기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90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이다. 체력이 동반돼야 기술적인 부분도 나온다. 수비를 안 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다이나믹한 축구가 그려진다.
지난 시즌도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내려서지 않는다. 다른 팀들은 모르겠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조금은 더 올라서는,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감독 개개인의 생각, 팀의 철학이 있을 것이지만, 김포는 물러서는 것 없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 김포 팬들이 바라는 축구를 해야 한다. 지난 시즌 김포가 축구 팬들에게 '김포 축구'에 대해 각인시켰다. '김포 축구가 뭐다'라는 것을 시즌 내내 보여줬다는 것이 8위한 것보다 더 큰 성과다. 감독으로서 큰 자부심이다. 내려서는 축구,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의지했던 선수는.
K3에서부터 함께했던 선수들이다. 동고동락했다. 제 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제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는 선수들이다. 그들과 많이 이야기했다.
-대표팀 차출 등 신생팀치고 많은 일이 있었다.
다사다난했다.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만 봤다. 18세 이하 팀에 관심도 가져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우린 프로팀도 열악하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선수 하나만 보고 갔다. 프로팀만 신경 쓰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도 한 명 발탁돼 보냈다. 김포FC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많아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연령별 대표, A대표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다. 그런 선수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면 3~4년 안에 성장할 것이다. 김포도 나름 수도권이다. 건강한 구단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시즌 스타가 될 선수는.
여럿 있다. 김성민 선수도 있고 조성권 선수도 있다. 장윤호 선수도 부상에서 많이 회복됐다. 나이도 어리고 대표급으로 키울 수 있는 선수들이다.
굉장히 연령층이 젊은 팀이다. 향후 2~3년을 보고 선수들을 만들어 3년 뒤에는 우승을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연령별 대표, 혹은 A대표가 된다면 충분히 건강한 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단이 어린만큼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주장 (이)상욱이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하지만 선수들이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한다. 그래야 3~4년 뒤에 김포를 더 좋은 레벨로 올려놓을 수 있다. 다 얻어갈 수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느끼게 하며 발전해야 한다.
정상적인 것이다. 급하다고 제 기준에 맞지 않는 선수를 기용할 수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손해 봐야 한다. 자주 미팅하고 정신적인 부분을 잡고 있다.
-3~4년 뒤를 자주 이야기했다.
성적을 내야 하는 시기다. 다음 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는 가야 한다. 그 뒤에 우승권에 다가가야 한다. 빠를 수도 있다. 15~16년 동안 밑에서 차근차근 올라온 팀도 있다. 팀이 갈 방향을 잘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몇 등 해야겠다'라는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봤을 때 우린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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