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센 중원 조합이 얼마나 있었을까. 신진호(35)-이명주(33)가 창단 20주년을 맞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상륙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베스트 11 미드필더 신진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는 포항의 '빨강 검정 유니폼'을 벗고 인천의 '파랑 검정 유니폼'을 새로 입었다.
이로써 신진호는 포철공고, 영남대, 포항 스틸러스에서 함께했던 이명주와 다시 만나게 됐다. 창원 전지훈련 도중 만난 그는 "오기 전에도 굉장히 설렜다. 이명주와 다시 축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적에) 크게 작용했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진호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이명주를 보고 '내 생각을 읽어주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 생각을 읽어주는 선수가 있다. 내가 공을 잡았을 때 내가 무엇을 할지 생각해주는 선수가 있고, 자기가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 이명주는 전자"라며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명주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가볍게 패스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 다르다"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장 위의 부부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단호하게 "부부는 아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표현은 없지만, 확실한 건 부부는 아니다"라며 거듭 선을 그었다.
이어 이명주는 신진호 덕분에 경기장 위에서 자유를 얻었다고도 표현했다. 그는 "예전부터 내가 워낙 공격적이다 보니까 진호 형이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해줬다. 갈수록 내가 공격적으로 자유롭게 나가고 진호 형이 자리를 지키면서 팀에 안정감을 더해줄 것 같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라고 기뻐했다.
인천은 올 시즌 구단 역사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를 밟는다. 첫 도전인 만큼, 리그와 ACL 병행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터. 그러나 신진호는 현재 인천은 ACL 결승에 오르던 시절 포항보다 강하다며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성환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칭찬을 아끼는 편인 그는 신진호와 이명주 이야기가 나오자 밝은 표정을 짓더니 "작년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조합"이라며 리그 3위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주장 오반석도 두 '축구 도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올해는 조금 특별히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싶다. 오히려 좋다. 팀에 축구 도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내 맡은 바를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0년 만에 다시 뭉친 축구 도사들이 인천의 10주년에 과연 어떤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새 역사를 준비 중인 인천의 2023시즌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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