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안드리고(28)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안양 승격'을 외쳤다. 그 원동력은 바로 이우형(57) 감독이었다.
안드리고는 지난해 K리그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정규 리그에서만 28경기에 출전해 7골 4도움을 기록하며 빠르게 안양 중원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부천전에서는 구단 최초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안양은 안드리고를 지키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그와 재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한국 무대 2년 차에 접어든 안드리고는 다시 한번 안양의 승격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안드리고는 17일 경남 남해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8차 미디어캠프에 참석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넸다. 뜻밖의 한국어 실력에 놀라자 안드리고는 다시 한번 한국어로 "저는 매일매일 한국어를 공부해요"라며 씩 웃었다.
이어 그는 영어로 말을 바꾸어 "웬만한 한글은 다 읽을 수 있다. 인터넷 강의로 항상 공부하고 있다. 동계 전지훈련에 와서도 택배로 교재를 구매해서 따로 공부했다.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공부하고 있다. 영어로 공부하는 게 조금 더 쉽다"라며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설명했다.
안드리고의 학구열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브라질에서도 경제학을 공부했다. 친구들과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심도 있게 공부했다. 아내도 영어를 곧잘 해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드리고는 올 시즌부터 한국에서 옛 친구를 만나게 됐다. 바로 전남에 새로 합류한 브라질 친구 발디비아다. 그는 전날 전남 광양에서 열린 미디어캠프에서 안드리고와 친분을 공개했다.
발디비아는 "사실 안드리고와 친구 사이여서 개막을 앞두고 연락도 했다. 약 10년 전에 같은 유스팀에서 뛰었다. 그에게 장난으로 '개막전에서 너에게 태클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안드리고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발디비아는 몇 년 전 브라질에서 함께 뛰던 친구다. 항상 재미있고 유쾌한 친구다.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라며 즐겁게 말했다.
이어 안드리고는 "하지만 경기가 끝났을 때만이다. 경기장 위에서는 경쟁 상대다. 우리가 꼭 이겨야 하기 때문에 강하게 해보겠다"라며 "피지컬은 내가 더 강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리그 후배' 발디비아에게는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안드리고는 "발디비아가 전화를 걸어서 '내가 한국에 가게 됐는데 한국 축구는 어떤 스타일이냐'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기술보다는 피지컬이 중요해서 힘들 수 있다고 말해줬다. 브라질과는 스타일이 달라서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덕담도 잊지 않았다. 안드리고는 "발디비아는 기술이 뛰어난 유형의 선수지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적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많이 도와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나랑 상대 팀으로 만날 때는 잘하지 말라고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안드리고는 지난 시즌 막판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는 9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운명이 걸린 수원 삼성과 승격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도 교체로 겨우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양은 2차전 연장 혈투 끝에 탈락하고 말았고, 팬들로서는 '안드리고가 다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안드리고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승격 플레이오프 이야기를 꺼내자 "만약 내가 100% 컨디션으로 선발 출전했다면 팀을 더 도와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슬펐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친 경험은 처음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복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 번의 아픔은 없도록 노력 중인 안드리고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올 시즌 안양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잃은 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안드리고는 "팀의 기본이 되는 핵심 선수들은 남아 있다. 변화가 있긴 하지만 너무 크지 않다. 또 새로 온 선수들도 능력이 있고 팀을 도울 수 있는 선수들이다. 훈련을 통해 느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이우형 감독과 재계약이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리고는 "무엇보다도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준다. 우리는 좋은 팀이고 승격을 위해 싸울 수 있다"라며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우리는 이미 두 번이나 승격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를 바탕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안드리고는 자신과 발디비아뿐만 아니라 더 많은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브라질 지도자와 선수들이 더 많아져서 기대된다. 한국에 적응하느라 힘은 들겠지만, 실력이 있는 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라며 "브라질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한다. 나도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에 더 많이 와서 활약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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