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형(57) FC 안양 감독이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안양은 지난해 승격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졌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수원 삼성과 연장 승부까지 가는 대혈투를 펼쳤지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오현규에게 통한의 실점을 내주며 쓰러지고 말았다.
안양은 지난 2년간 꾸준히 성적을 낸 이우형 감독과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은 붙잡지 못했다. 수문장 정민기를 비롯해 백성동, 김경중, 아코스티 모두 팀을 떠났다. 안용우와 이태희, 구대영, 조성준, 김정민 등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했지만,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우형 감독은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17일 오전 경남 남해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8차 미디어캠프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전술적인 부분과 멘탈적인 부분 모두 잘 정리돼 있다. 개막이 열흘 정도 남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만큼 설레고 기대가 크다. 전지훈련 만족도는 아주 높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다음은 이우형 감독과 일문일답.
Q. 팀을 떠난 주축 선수들이 여럿 있다.
윙포워드 선수들이 많이 이적했다. 감독으로서 걱정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조성준 선수나 안용우 선수, 새로 온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이 들어온 만큼, 기대가 크다. 조직 훈련과 전술 훈련도 잘하고 있다. 오히려 공격 면에서 더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Q. 지난 시즌 간발의 차로 승격에 실패했다.
작년에 아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그런 아픔이 오히려 올 시즌에 임하는 안양 선수들의 마음이나 태도를 더 발전시켜주지 않을까 싶다. 쓰라린 경험이 간절한 마음을 더 키울 것이다. 안양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K리그2 판도를 예상해보자면.
나도 '1강 12중'이라는 이야기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7개 정도 팀이 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치리라 예상한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김천을 가장 강하게 보고 있다. 김천이 1강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안양이 슬며시 끼어들어서 2강 체제를 만들고 싶다.
Q. 선수들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설레는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열정이 넘쳐난다. 내가 말릴 정도다. 감독이 못 쫓아가고 있다. 그런 열정이 빨리 경기장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직 감독이 부족하지만, 그런 모습이 분명 경기장 위에서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1강 체제가 아니라 2강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 사기도 높다. 올 시즌 목표를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Q. 지난 시즌에 개선된 점은.
지난해 사용했던 전술에 디테일을 가미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선수들 이해력이 빠르다. 연습 경기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빨리 경기장에서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Q. 불안해하는 팬들이 많다.
언제나 나가는 선수가 있으면 들어오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나도 아쉽지만, 아쉬운 부분은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정민기, 김경중, 아코스티 선수는 나도 굉장히 잡고 싶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서는 떠나보낼 때는 떠나보내야 한다. 새로운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리라 믿는다. 팬들도 잊을 건 빨리 잊고 새로 온 선수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서 이기는지 신경 써주면 좋겠다.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드린다. 아마 시즌이 개막하면 몇몇 선수들의 향수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선수들이 나타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Q. 눈여겨볼 선수는?
많다. 특정 선수를 뽑기는 어렵지만, 신인급 선수들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 기존 고참 선수들이 긴장 좀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2년 차 박재용 선수가 나를 아주 힘들게 하고 있다. 공격수 자리에는 조나탄이 1선발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를 1선발로 써야 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올해 출전 시간만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공격 포인트 10개도 가능한 선수다.
Q. 개막전 상대인 이장관 전남 감독이 90% 준비됐다고 했다.
아직 10%는 채우지 못했으니 부족한 10%를 공략해서 이기겠다. 내 기억으로는 지난 2년간 전남을 상대로 진 기억이 없다. 이장관 감독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쉽게 질 만한 팀이 아니다. 첫 경기지만, 예상을 깨뜨리고 광양에 가서 시원하게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다 이기고 싶지만, 잘 안되는 게 축구다. 안양이 지난 2년 동안 비교적 성적이 좋았는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Q. 지난 2년에 비해 투자가 줄어들었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2년 동안 투자도 있었고, 비교적 좋은 성과도 있었다. 구단과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안양이 강팀이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감독으로서 선수 영입 측면에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팀이 승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속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올해 투자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안양 창단 10주년이다.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승격을 못 했다는 사실에 아쉬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 영입에 아쉬움은 있지만, 올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격할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한다. 내 개인적으로 마지막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격해서 팬분들의 지난 아픔을 치유하는 한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남은 기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은?
선수들은 지금 잘해주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더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그 자리만 보강한다면, 김천과 좋은 싸움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더 파괴력 있는 윙포워드 선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유형의 선수만 한 명 있다면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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