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FC에 새로 합류한 파블로(27)가 세징야(34, 대구)를 보며 K리그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창단 2년 차에 접어든 김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세 명 영입했다. 우루과이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파블로와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루이스 미나는 일찌감치 이적을 마쳤고, 브라질 출신 공격 자원 주니뉴 호샤도 팀에 합류했다. 주니뉴는 공식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다.
김포는 지난 시즌 국내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고도 리그 8위에 올랐다. 그런 만큼, 전방에서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의 합류는 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고정운 감독이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축구'를 위해서는 세 선수가 힘을 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은 선수는 파블로다. 그는 16일 전남 광양 락희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8차 미디어캠프에 참석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에 앉자 파블로는 시작부터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지난 달 한국 땅을 밟았다는 그는 "동료들에게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등 간단한 한국말을 배웠다"라며 서툰 발음으로 한국말을 선보였다.
파블로는 프로 생활 내내 고국 우루과이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지난 201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로 해외 무대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큰 마음을 먹고 결정한 이적일 터. 그는 "나도 벌써 나이가 많이 찼다. 해외에서 축구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궁금했다"라며 "급여 조건도 한국이 가장 잘 맞아서 오게 됐다"라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K리그 예습도 마쳤다. 파블로는 'K리그 최고의 외인 공격수' 세징야 이름을 꺼내며 그처럼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파블로는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플레이 영상도 많이 봤다. 보니까 우루과이 축구랑 스타일도 비슷했다"라며 롤모델도 있는지 묻자 "브라질 선수들 영상을 많이 봤다. 기억에 남는 이름은 세징야와 레안드로(대전)이다. 내가 공격형 미드필더라서 주로 이들을 봤다. 이들처럼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김포 분석도 마찬가지다. 파블로는 "작년 김포 경기를 많이 봤다. 전방 압박과 공격 전개가 부족해 보였다. 그런 부분에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라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축구를 잘하고 승리해서 1부로 승격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기 PR을 부탁하자 파블로는 의외의 답변을 꺼냈다. 그는 보통의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자신의 강점으로 '팀플레이를' 꼽았다. 그는 "팀플레이에 자신 있다. 팀플레이와 언제나 공을 앞으로 전달하는 정확한 패스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라며 "공격적인 드리블도 좋아하고 같은 팀 선수들의 움직임에 맞추는 것도 좋아한다. 우루과이 사람이라 축구의 피가 흐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파블로는 "우루과이 1부 리그에서 몇 년간 뛰었다. 여러 감독님들을 거치면서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한 팀으로서 다 같이 축구를 해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자랐다. 팀이 없으면 축구를 할 수 없다"라며 "아내와 아들도 우루과이에 두고 왔다. 팀이 제대로 안 되면 나도 잘될 수 없다. 팀 전체가 함께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겪는 해외 생활은 어떨까. 파블로는 "한국에 온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처음에는 너무 추웠다. 우루과이는 여름인데 여기는 겨울이라 날씨가 정반대였다"라며 "음식 같은 부분은 아직도 적응 중이다. 시차 적응도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천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김포에는 파블로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가 둘이나 더 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루이스 미나(콜롬비아)와 주니뉴(브라질) 역시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파블로는 두 선수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세 명중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혼자일 때는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불안하기도 했는데 루이스가 들어오면서 힘이 됐다. 또 어느 정도 소통이 돼야 경기장 안에서도 무언가 더 보여줄 수 있다. 적응하기에도 엄청 편했다"라고 밝게 이야기했다.
특히 주니뉴와는 깊은 인연도 있었다. 파블로는 그와 한 팀에서 뛴 적도 있는 절친한 사이라며 뜻밖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데펜소르 스포르팅 클루브에서 뛸 당시 주니뉴와 같은 팀 동료였다. 각자 이적한 이후에도 우루과이 리그에서 상대로 만났다"라며 "같이 마떼차도 마셨다. 주니뉴가 처음 우루과이에 와서 외로워할 때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항상 함께했다. 엄청 친한 사이다. 주니뉴는 브라질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루과이 사람"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파블로는 친구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주니뉴는 축구도 잘하고 강한 선수다. 친구가 아니라 선수로서 하는 이야기다. 적으로 만날 때마다 힘든 상대였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한 번도 져본 적은 없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끝으로 파블로는 "그렇지만 주니뉴는 정말 잘하는 선수다. 김포 구단에서도 내게 그에 대해 물어볼 때 선수 입장으로서 많이 자랑했다. 이제 주니뉴와 같이 뛰게 될 텐데 둘 다 가진 능력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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