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5)이 영원한 이별을 암시했다. 남녀 통틀어서 한국 배구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로 칭송 받을 김연경을, 우리는 떠나 보낼 준비가 되었을까.
김연경은 지난 1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뒤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김연경의 은퇴 루머가 돌고 있던 상황에서 해명을 한 것이지만 김연경의 말 한 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김연경은 “아예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구단과 얘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김연경은 만 35세, 한국 나이로 36세다. 어쩌면 은퇴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연경은 여전히 최고다.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일본, 터키, 중국 등을 거쳤다. 최고가 아닌 적이 없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소속팀 흥국생명을 선두 자리로 이끌고 있다. 현대건설 독주체제를 무너뜨렸다.
은퇴 암시 발언을 한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도 팀 내 최다인 19득점에 63.3%의 고순도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팀 공격과 수비의 중심이다. 국내에서 김연경의 공격 파괴력에 수비 리시브 기본기를 따라올 만한 아웃사이드 히터는 찾기 힘들다. 신예 선수들이 패기있게 달려 들어도 여전히 김연경의 경험과 위상은 넘지 못할 벽이었다.
그러나 김연경이라는 이름, 존재감을 생각하면 은퇴, 이별이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김연경은 자신의 이상과 현실적인 상황을 모두 고민하고 있다. 고민할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한국 나이로 36살이고 오랫동안 배구를 한 것이 사실이다. 예전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자리를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약 은퇴를 한다면 그런 전제 하의 결정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김연경은 확산되는 은퇴설에 입을 열었고 아직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이별에 대한 암시와 운을 띄운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김연경이 떠나면 V리그 역시 흥행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실력과 함께 ‘연경 언니’의 티켓파워가 살아있다. 여러 영상 플랫폼을 통해서 예능감과 쇼맨십까지 과시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신을 확실하게 밝히는 등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까지 했다. 김연경의 행동, 말 한마디가 한국 배구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이러한 선수를 한국 배구는 이제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 올해가 아닐지라도 머지 않아 1~2년 안에 그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배구는 김연경의 후계자,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국가대표는 물론 V리그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한국 배구계는 김연경을 떠나 보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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