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신생아 수준이다.'
지난 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고정운(57) 김포FC 감독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작년 K리그2에 도전장을 내민 김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김포는 개막전부터 광주를 꺾더니 10승이나 거두며 8위를 차지했다. 고정운 감독이 내세운 '재미있는 축구'는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제 고정운 감독은 '디테일'을 추가하며 조직력으로 잘 무장된 김포 축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는 16일 오후 전남 광양 락희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8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서 "작년 선수들 중 3분의 1 정도가 팀에 남았고, 나머지 스무 명 정도를 보강했다. 올해에는 외국인 선수도 세 명 데려왔다. 조직력, 외국인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라며 시즌 준비 과정을 전했다.
다음은 고정운 감독과 일문일답.
Q. 올해도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작년에 우리가 아무리 경기를 잘했다고 해도 아직 신생아 수준이다. 올해가 창단 2년 차다. 당장 플레이오프 진출이나 1부 승격에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다. 단, 두 가지 기조가 있다. 성적도 성적이겠지만, 작년에 보여줬던 재미있는 축구와 경기력을 유지하려 한다. 또 홈에서만큼은 좋은 경기력으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내년 정도가 되면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또 1~2년이 더 지나면 승격이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단계별로 나아가고 있다. 작년에 조금 잘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플레이오프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선수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예산과 지원 등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3~4년 후에는 충분히 목표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Q. 원하는 축구는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
보완할 부분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외국인 선수들이나 윙백 등 보강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해주고 있다. 코칭스태프들 주문도 잘 따라준다. 세세한 부분은 작년보다 분명 나을 것이다.
Q. 신생팀이 두 팀이나 더 생겼다.
이영민 부천 감독이 1강 12중이라고 하더라. 나도 공감한다. 김천 상무는 워낙 선수층이 두껍지만, 나머지 12개 팀은 청주든 천안이든 다 비슷하다. 특히 청주는 최윤겸 감독님이 지도 경험도 많고 팀을 만드는 노하우도 많다. 처음 들어오는 팀이더라도 까다롭다. 오히려 새로 생긴 두 팀이 정보도 없고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우리도 작년 스타일에서 더 업데이트해야 한다.
Q. 디테일한 부분을 요구한다고 했는데.
작년에는 우리가 공을 뺏어서 소유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공을 소유해줘야 체력도 아낄 수 있고 빌드업도 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삼자 패스를 주고받는 콤비네이션 플레이도 요구하고 있다. 선수들이 K리그2에서 쌓은 1년간 경험이 큰 보약이 될 것이다. 우리가 올해에도 작년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플레이오프에도 갈 수 있다. 그 이후에는 1부리그에도 갈 수 있는 전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작년에는 득점력이 부족했는데 외국인 공격수를 3명 데려왔다.
작년에 손석용 선수, 윤민호 선수가 많은 득점을 해줬다. 올해 36경기를 하는데 꾸준해야 한다. 작년에 윤민호 선수는 후반기에 주춤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외국인 선수 3명에게 공격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왜 외국인 선수를 뽑았는지에 대해서도 소통하고 있다. 성적이 나쁘고 상황이 안 좋으면 1번이 감독이고 2번이 외국인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강한 마인드를 심어주려고 하고 있다.
Q. 외국인 선수들을 평가하자면.
우리는 개인 능력이 아니라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공격력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공을 뺏기면 바로 돌아가는 수비적인 부분, 수비 위치 측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미팅에서 영상을 보여주면서 지도 중이다. 점차 좋아지고 있다.
Q. 올해 기대할 만한 선수는 누구인가.
전부 다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작년에는 프로 리그에 적응한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11명 중 절반 가까이는 K3에서 올라온 선수였다. 그런데 작년에 많은 경기를 뛰면서 쌓은 경험이 큰 보약이 된 것 같다. K리그1 팀들과 연습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선수들이 1년 동안 많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도 기대를 하게 된다.
다만 선수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베스트 11이 없다. 외국인 선수라 하더라도 수비를 못하면 우리 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선수들에게도 말했다. 작년 성과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조직적으로 많이 뛰고 움직이면서 모두 하나가 되어 이뤄낸 것이다. 개인이 잘해서 나온 게 아니다. '내가 잘해서 김포가 잘 됐구나'하는 순간 팀은 무너진다. 외국인 선수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바로 뺄 것이다. 그게 우리 팀 정신이다.
Q. 아시아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외국인 선수를 뽑았다.
우리도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가서 뽑지 못하고 최근 경기 영상을 보고 뽑을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예산이 많지도 않다. 더 좋은 선수들은 골라놓고도 다른 팀에 다 빼앗겼다. 그래도 우리 팀에 맞는 선수라고 생각해 뽑았다. 온 선수들이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코칭스태프 몫이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선발했다.
Q.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작년에 뒷공간을 많이 허용하면서 실점이 굉장히 많았다. 뒷공간을 어떻게 잘 커버하느냐가 관건이다. 수비수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반복 훈련과 영상 복기를 통해 보완해 나가고 있다. 점점 고쳐나가면서 좋아지는 중이다. 강원, 대전과 좋은 경기를 하기도 했다. 문제도 나오고 있지만, 선수들이 몸으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다고 생각한다.
Q. 개막전에서 천안을 만난다.
차라리 김천 상무면 괜찮은데 처음부터 천안과 만난다. 정보가 없어서 더 부담스럽다. 1~2라운드 정도가 지나고 나면 전력이 분석된다. 그래서 초반 경기가 더 중요하다. 작년 초반 두 경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왔고, 그게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시즌 36경기 중에 초반 3~4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홈에서 열리는 경기는 더 중요하다. 초반 경기가 1년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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