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든든한 주장 오반석(35)이 조성환 감독(53)과 함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인천은 지난 시즌 꿈만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리그 4위를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냈다. 그야말로 '조성환 매직'이었다.
2023시즌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는 인천은 알찬 겨울을 보냈다. 제주 공격을 이끌던 제르소와 포항 중원의 핵심 신진호를 품었고, 토트넘 출신 공격수 음포쿠와 아우크스부르크 출신 천성훈도 데려왔다. 여기에 지언학과 정동윤, 문지환까지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주장으로서 이들을 이끌 오반석은 14일 오후 창원 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7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동계훈련 막바지에 다다랐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동계훈련이었다. 잘 준비됐다. 팬들과 마찬가지로 시즌이 기다려진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오반석은 "부상자가 없다. 나를 포함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훈련 강도와 내용도 만족스럽다. 이제 마지막 연습 경기만 남았다. 그 경기만 잘 치르면 시즌을 치르는 데 큰 문제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오반석은 작년 여름 무릎 인대를 다쳐 몇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하며 시즌 막바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빠르게 경기장으로 돌아왔던 만큼, 여파는 없을까. 다행히도 오반석은 "후유증은 아예 없다. 작년에 뛰지 못했던 부분까지 해서 올해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반석은 올해에도 주장 완장을 도맡아 찬다. 그는 지난 시즌 이런저런 부상 여파로 리그 13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조성환 감독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인천에서만 2시즌째 주장을 맡게 된 오반석은 "항상 책임감이 있다.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싶다. 오히려 좋다"라며 "팀에 축구 도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내 맡은 바를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팀 분위기가 정말 건강하고 좋다. 이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게 내 몫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신입생' 신진호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굉장히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며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오반석은 팀 분위기 이야기가 나오자 "마냥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분위기라기보다는 할 때는 하는 분위기다. 선수들끼리 실력 격차가 많이 줄다 보니까 경쟁의식도 많이 올라왔다. 또 훈련 이외에도 동료들끼리 보내는 시간도 많다.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신진호는 "이명주가 인천에 와서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편하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살짝 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강도 높기로 유명한 조성환 감독의 훈련 스타일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오반석은 많이 편해진 거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조성환 감독님이랑 함께한 지 8년 정도 됐다. 나는 많이 편하다. 이전보다 많이 유해지셨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이 유해지시고 편해지시고 있다"라며 "아직 진호는 적응 중이라 그런 것 같다. 진호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인 만큼, 여기서 편하게 축구만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천은 2년간 함께한 델브리지와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그는 지난 시즌 완벽히 리그 적응을 마치며 인천의 핵심 중앙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오반석이 없을 때에도 인천 수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던 이유였다.
오반석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델브리지가 호주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도 누구보다 좋아했다. 월드컵까지 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했는데(웃음)"라며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여러 외국인 선수를 봐왔지만, 델브릿지가 외국인 수비수로서 최고의 파트너다. 앞으로도 인천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숙제를 줬다. 오반석은 "다만 나와 마찬가지로 세트피스에서 골 좀 잘 넣었으면 좋겠다. 작년에는 델브리지가 골을 못 넣었다"라면서 "수비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세트피스 공격 가담은 아직 숙제다. 우리가 더 기여를 해야 팀 성적도 올라갈 수 있다.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라고 채찍질했다.
앞서 조성환 감독은 인천에서도 연령별 대표팀과 A 대표팀에 승선하는 선수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대표팀 선배 오반석이 생각하는 유력 후보는 누가 있을까.
그는 "작년에는 팬심으로 이명주, 신진호 선수가 월드컵에 가기를 바랐다. 둘은 이제 나이가 찼다(웃음)"라면서 "김보섭 선수가 도전해보면 좋겠다. 또 천성훈 선수도 아시안게임을 욕심내고 있다고 하더라.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큼 팀 수준을 빨리 올리는 게 없다. 팀 내에서 빨리 대표팀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오반석은 "중앙 수비수의 시각에서 보자면 김동민 선수도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을까 싶다. 선방률을 생각하면 골키퍼 김동헌 선수도 가능하다. 네 명 모두 유스 출신이라 인천으로서는 더욱더 뜻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에는 유독 베테랑 선수가 많다. 1988년생 오반석과 동갑내기인 선수가 신진호와 여름, 권한진 셋이나 된다. 여기에 1989년생 김준엽과 1990년생 이명주까지 있다.
오반석은 "그렇게 됐다(웃음). 많게는 16살이나 차이 나는 선수도 있다. 또래들과 한 팀에서 축구한다는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라며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35세가 넘어서도 축구 실력이 더 늘 수 있다는 것을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내 몫이다. 노장인 만큼 기량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개인 목표는 무엇일까. 오반석에게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팀 성적'이었다. 그는 "개인 목표를 내려놓고 팀 성적에 집중하다 보면, 개인의 영광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고참들은 잘 알고 있다"라며 주장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만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득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반석은 "그래도 목표가 하나 있다면 골이다. 지난달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와 아내를 위해 골도 넣고 팀에 도움도 되고 싶다"라며 "세리머니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시즌 시작하고 차차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오반석은 아직 인천이라는 팀에 남아 있는 의문 부호를 떨쳐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무조건 작년보다 나은 성과를 거둬야 한다. 올 한 해가 인천으로서는 정말 중요한 한 해"라며 "20주년이기도 하고 작년에 반등했지만, 아직은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올해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빅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남은 물음표를 지우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오반석은 '생존왕 인천'이 아닌 'BIG 4 인천'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이사님께서 꼭 BIG 4안에 들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도 4위에 준하는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나도 BIG 4로 불리고 싶다. 그러면 어느 정도 외부 시선이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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