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검의 전사'로 거듭난 신진호(35, 인천)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택한 이유를 고백했다.
신진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는 포항의 '빨강 검정 유니폼'을 벗고 인천의 '파랑 검정 유니폼'을 새로 입었다.
인천으로서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 K리그1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K리그 최고 허리 자원이다. 김기동 포항 감독의 페르소나나 다름없었던 그는 이제 조성환 감독 밑에서 이명주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적생' 신진호는 14일 오후 창원 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7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굉장히 설렌다. 인천으로 원정을 올 때면 항상 팬분들의 함성이 기억에 남았다. 작년에 인천이 많이 성장하면서 강팀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합류한 뒤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신진호와 일문일답.
Q. 리그에서 몇 위 정도에 오를 수 있는 스쿼드라고 생각하는가.
작년에 인천이 4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딱히 '몇 위를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다만 작년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Q. 포항, 서울, 울산에서 뛰다가 처음으로 시도민 구단에 합류했다.
큰 변화는 못 느꼈다. 인천이 클럽하우스도 준공했고 여러 가지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스태프분들도 정말 많다. 시민구단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은 케어를 받고 있다. 또 전달수 대표이사께서 어떤 기업구단 단장님들보다도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지원해주시고 있다. 팀을 결정할 때부터 크게 와닿았다.
Q. 이명주와 오랜만에 재회하게 됐다.
오기 전에도 굉장히 설렜다. 서로 연락하면서 '언제 다시 같이 축구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생각을 읽어주는 선수다. 내가 공을 잡았을 때 내가 뭘 할지 생각해주는 선수가 있고 자기가 뭘 할지만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 이명주 선수는 전자다. 나 또한 이명주 선수가 뭘 잘하는지 알고 있고, 공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고 있다. 갈수록 호흡이 더 좋아질 것이다. 이명주 선수뿐만 아니라 좋은 선수들이 많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Q. 인천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가? 이명주 영향이 컸는지?
컸다. 또 감독님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35세 이상 선수를 모집한다'고 많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살짝 생각나더라. 인천으로 올 때 여러 가지 협상 단계가 있긴 했지만, 결정하기 전까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여러 팀과 접촉은 있었지만, 열정적인 팬분들이 항상 기억에 남아서 인천을 선택했다. 또 이명주 선수와 다시 축구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Q. 조성환 감독을 실제로 만나보니 어떤가.
사실 이전에는 감독님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다. 오기 직전에 명주에게 '어떻게 돼가고 있냐'라고 연락이 왔다. 계약 기간이 3년 더 남아있다고 들었다. '너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 내가 가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와서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편하게 할 수 없는 분위기는 살짝 있는 것 같다(웃음). 그런 분위기 안에서 선수들끼리 굉장히 즐겁게 지내고 있다. 많은 기대감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잘 이겨내고 싶다.
Q. 지난해 특히 잘했다. 나이가 들수록 잘하는 것 같은데.
항상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신체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은 없다. 나는 K리그에서 뛰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많다.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는다. 또 좋은 훈련, 좋은 휴식, 좋은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작년 한 해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더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루카 모드리치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월드컵 때도 모드리치 선수 플레이를 많이 봤다. 워낙 세계적인 선수고 축구를 잘하는 선수다. 관리가 없으면 그 정도 실력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플레이적인 부분에서 많이 영감을 받고 용기와 희망도 얻는다.
Q. 개막전 상대가 전 소속팀인 서울이다. 인천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큰데.
전전전 소속팀이다. 떠난 지 오래 됐는데, 좋은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있는 팀이다. 울산에 있을 때도 포항에 있을 때도 상암 원정을 경험했다. 인천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새롭다. 서울에도 좋은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첫 경기에서 어떻게 경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력을 떠나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Q. 라이벌 팀으로 자주 옮긴다는 시선도 있다. 본인을 어떤 선수로 바라봐주길 원하는가.
내가 '미친 놈'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 본의 아니게 울산으로 가게 되고, 다시 울산에서 포항으로 가게 되고, 이번에는 인천으로 오게 됐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건 당연하다. 선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 속에서 선수는 팀을 위해서 가슴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이적을 했지만, 팀을 떠날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택을 하려 노력했다. 그 중 하나는 '가슴이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천까지 오게 됐다.
Q. 전 동료 김승대가 그래도 포항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승대 선수가 주장을 하니까 그런 말도 하는 것 같다. 굉장히 좋아하는 후배다. 항상 응원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 주장으로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준비해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굳이 부담스럽게 '포항을 꼭 이기겠다'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나게 되면 항상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
Q. 앞서 이야기한 원칙을 김기동 감독에게도 이야기했는지.
감독님께 내 원칙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도 협상 과정에서 감독님께 전달 안 된 부분은 없다고 알고 있다. 여러 인터뷰를 봤을 때 감독님이 서운한 마음을 많이 내비쳤다. 일적으로는 당연히 내가 인천을 택해도 아무도 나를 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나도 감독님과 정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의 서운한 마음을 인정한다. 언제든 만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나도 감독님과 통화를 못했다. 이적하고 나서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면, 내가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만나서 인사드리겠다. 감독님과 풀어야 할 문제다. 감독님도 굳이 마음에 담아두고 오래 가져가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귀 한번 잡힐 것이다(웃음). 감독님께는 감사하고 이번에 이적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Q. 올해 목표는?
올해에도 공격 포인트 10개 이상을 올리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들이 이적해오면서 인천이란 팀에 잘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선수들과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ACL에 처음 나가는 만큼, 인천이란 팀이 해외 팀과 붙어도 경쟁력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Q. 선수 생활 말년에 접어들었는데.
인천과 3년 계약을 했다. 인천이란 팀에서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 올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꺾이지 않고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 인천이 더 성장해서 자리 잡는 구단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인천에 오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Q. ACL 결승 경험도 두 번이나 있다.
울산에서 우승할 때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포항 시절 4강에서 울산을 이겼을 때는 눈물이 나더라. 너무 예상치 못해서 우승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포항보다도 지금 인천 스쿼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ACL은 이변도 변수도 있도. 또 토너먼트에서 분위기를 타는 팀이 굉장히 무섭다. 우리가 예선을 통과하고 분위기를 잘 타면, ACL에서도 무섭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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