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럽파' 이진현(26, 대전)이 하루빨리 해외 무대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대전은 올 시즌 8년 만에 K리그1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K리그2 2위에 오른 대전은 피 말리는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김천 상무를 꺾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부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제 대전은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국 촌부리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지금은 거제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집중하고 있다.
대전과 재계약을 맺은 미드필더 이진현도 팀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2017년 오스트리아에서 프로 데뷔했던 그는 이번 겨울 폴란드 명문 레기아 바르샤바 훈련에 참가하며 다시 한번 유럽 무대를 노크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대전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진현은 13일 오후 거제 삼성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7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차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했다. 원래 있던 팀이라서 따로 적응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작년에 하던 대로 팀 일정에 맞춰 잘 적응하면서 훈련 중"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진현은 유럽 진출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태국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1차 때 훈련을 안 해서 나도 몸 상태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훈련도 열심히 했고 또 팀에 와서도 열심히 하다 보니까 금방 몸이 또 올라오는 것 같다. 다행이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이진현은 유럽 진출을 둘러싼 솔직한 마음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 테스트라기보다는 훈련을 경험해보는 차원이었다. 어차피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에 합류해서 훈련과 분위기에 적응하고 개인 훈련보다 몸 상태를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진행했다"라며 "자유계약(FA)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험 덕분인지 처음과 달리 더 편안했다. 팀원들도 잘 대해줘서 여유롭고 재미있게 훈련하고 왔다. 8~9일 정도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경험한 유럽 무대는 어땠을까. 한국 무대와 다른 점을 느꼈는지 묻자 그는 곧바로 "무조건 경기 템포와 피지컬이다. 솔직히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 선수들이 더 나은 부분도 있다.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 다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경기 템포와 피지컬, 그다음이 문화 적응"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문화나 템포를 잘 따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나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고 왔다"라고 덧붙였다.
실망이 클 법도 하지만, 이진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다. 가기 전부터 대전과 계속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단이 많이 배려해준 덕분에 잘 다녀와서 큰 심경의 변화는 없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럽 진출이라는 꿈을 접지는 않았다. 이진현은 "지금은 대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다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가 잘해서 만약에 기회가 열린다면, 무조건 유럽에 도전해서 다른 선수들처럼 유럽에서 활약하고 싶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또한 그는 "프로 데뷔를 유럽에서 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유럽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경쟁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 무대를 계속 꿈꾸고 있다. 만약에 다시 유럽에서 뛰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그렇다면 이진현 스스로 느낀 보완점은 무엇일까. 그는 "피지컬적인 부분이 첫 번째다. 언어적인 부분도 더 공부해야 한다. 완전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새로운 팀에도 적응할 수 있고, 전술적인 면에서 소통할 수 있다"라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앞서 유럽파 선배 박주호는 후배 선수들에게 '기회가 되면 무조건 유럽으로 나가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진현도 박주호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100% 동감한다. 나도 유럽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왔을 때 한층 더 성장했다고 느꼈다. 다른 선수들도 도전한다면 무엇이든 배워오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경쟁은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진현은 후배 선수들에게 고민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어릴 때 빨리 나가는 게 좋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어렸을 때 하루빨리 해외로 나가야 언어적이나 문화적인 부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라며 "또 매우 중요한 게 언어다. 솔직히 한국 선수들 중에 영어나 외국어에 그렇게 능통한 선수는 많지 않다. 언어 부분도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중한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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