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현재 위치는 12위. 그러나 경쟁력과 가능성 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대전하나시티즌의 전현직 주장 듀오 주세종(33)과 조유민(27)이 한마음 한뜻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올 시즌 8년 만에 K리그1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K리그2 2위에 오른 대전은 피 말리는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김천 상무를 꺾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부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제 대전은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국 촌부리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지금은 거제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전력 이탈은 크지 않다.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지켜낸 덕이다. 작년 임대생 신분으로 맹활약한 국가대표 출신 허리 자원 주세종을 완전 영입했고 다시 한번 유럽 무대를 노크하던 미드필더 이진현, 독일 무대 출신 레프트백 서영재와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신입생 명단도 화려하다. K리그2 득점왕 유강현과 K리그2 득점 2위 티아고를 한꺼번에 품었다. 여기에 디나모 자그레브 출신 수비수 김현우를 영입했고, 베테랑 수비수 오재석도 데려왔다. 여느 팀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스쿼드다.
개막전을 2주 남겨둔 대전은 13일 오후 거제 삼성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K리그 동계 전지훈련 7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임대생 신분을 벗고 팀 주장을 맡게 된 주세종과 지난 시즌 주장으로서 팀 승격을 이끌었던 조유민이 나란히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주세종은 "오랜 기다림 끝에 승격했다. 선수 구성만 놓고 보더라도 K리그1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 재밌게 도전하고 싶다.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많이 보완했다. 올 시즌 대전이 K리그1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시즌 준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조유민은 "작년 이곳에서 대전은 꼭 승격해야 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승격하게 돼서 기쁘다. 승격이 끝이 아니라 K리그1에서도 가능성 있는 팀이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겠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다음은 주세종, 조유민과 일문일답.
Q. 이민성 감독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한데.
주세종(이하 주): 태국에서 감독님께 프로 생활하면서 이렇게 빡빡한 동계훈련은 처음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는 작년, 재작년에 비해서는 약한 거라고 하시더라. 지난 2년 동안 이 팀에 있던 선수들이 존경스럽더라. 이렇게 훈련해야 시즌 때 강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지금은 잘 적응했다.
Q. 지난 2022년에 정말 많은 일을 이뤄냈다. 올해 목표는?
조유민(이하 조): 작년에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목표와 계획을 다 이뤄냈다. 실제로 이뤄내 보니 더 큰 목표와 동기부여, 시야를 갖게 됐다. 올 시즌에도 여러 목표와 계획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전의 K리그1 잔류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싶다.
Q. 임대생 신분이던 주세종이 완전 이적 후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주: 작년에는 6개월 동안 임대생으로서 팀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시즌 초부터 유민이를 필두로 다른 선수들이 팀을 열심히 만들어 왔는데, 내가 중간에 들어와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팀의 일원으로서 승격을 이뤘고, 대전 선수가 됐다. 또 유민이에 이어 주장까지 맡게 됐다.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후배들이 K리그1에서 자기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많이 돕겠다.
조: 세종이 형이 작년 시즌 중에 합류를 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움과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나와 다른 선수들은 세종이 형이 중간에 온 형답지 않게 너무 잘해줬다고 느꼈다. 진심으로 '세종이 형이 오지 않았다면 승격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우리가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큰 힘이 됐다. 형이 대전에 남게 돼서 정말 기쁘다. 우리끼리는 분명 남아주리라 생각했다. 우리를 두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Q. 이민성 감독이 대전에는 K리그1에서 더 잘할 선수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주: K리그1보다 K리그2가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 K리그1은 수비 시간과 공격 시간을 잘 분배해서 경기하지만, K리그2는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다보니 계속해서 공수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적응하기 쉽지 않다. 우리 선수들은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내고 K리그1에 왔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자기 템포에 맞춰서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오히려 2부에서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조: 나와 세종이 형 말고도 K리그1을 경험해본 선수가 많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선수들의 능력을 믿고 1부에서 더 잘할 거라고 이야기하신 것 같다. 2부에서는 우리가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고 평가받았지만, 1부와 2부는 분명 다르다. 1부의 경기 템포나 운영 방식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냉정하게 대전의 현재 위치를 평가한다면?
주: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12위라고 생각한다. 광주는 작년에 다이렉트로 승격했고, 우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승격했다. 시작점은 우리가 12위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선수 변화도 많지 않고 기존 축구를 그대로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거기에 좋은 공격수도 새로 합류했다. 첫 번째 목표는 잔류다. 이후 위치에 따라 한칸한칸 올라가고 싶다.
조: K리그2에서 승격을 하는 동시에 이제는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승격을 넘어 우승을 바라봐야 하는 팀이라고 말씀드렸었지만, 이제는 잔류 걱정을 하지 않는 게 최우선 목표다. 그게 솔직한 현실이다. 모두들 현실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작년처럼 다같이 한 마음으로 잘 준비한다면 더 높은 위치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대되는 신입생은 누구인가?
주: (오)재석이 형이 정말 필요한 포지션에 들어와서 잘 적응하고 있다. 티아고나 (유)강현이처럼 득점력이 좋은 선수도 새로 들어왔다. 같이 훈련하면서 두 선수가 얼마나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인지 느끼고 있다. K리그2에서는 이미 증명을 마쳤지만, K리그1에서도 본인들의 능력을 증명해서 팀을 더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조: 재석이 형을 보면서 '역시 다르다'라고 느꼈다. 훈련 태도나 실력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배울 점이 많다. 강현이랑 티아고가 기대된다. K리그2에서 득점 1, 2위를 한 선수고 직접 상대로 만나본 선수라 잘 알고 있다. 그 선수들이 K리그1에서 팀에 어떤 도움을 줄지 기대된다.
Q. 해외 진출 욕심은 없는지.
조: 있다. 선수라면 더 좋은 무대, 더 좋은 팀, 더 좋은 리그 진출이 목표인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노력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꿈만 키우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내가 있는 위치에서 잘해야 한다. 더 잘 준비하겠다.
Q. 이제는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팀 내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주: 처음 태국으로 동계훈련에 갔을 때 감독님께 선수들 눈빛이나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드렸다. 선수들이 K리그1에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마음을 제대로 먹은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제 K리그1 선수답게 훈련하고 경기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더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도전을 받는 입장에서 도전을 하는 입장이 됐다.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후회 없이 싸울 수 있게 됐다. 부담 없이 하루하루 잘 준비하고 있다.
조: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선수 변화 폭이 적다 보니까 승격한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감독님께서 훈련도 힘들게 하고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훈련장에서도 분위기가 처져 있거나 하면, 윽박지르지 않고 선수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가려고 하신다. 선수단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