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만 말고 잘해다오'? 이제 아닙니다."
부산 아이파크의 최고참 박종우는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9일 오후 1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호텔에서 열린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인터뷰를 진행했다.
OSEN과 만난 박종우는 부산에 남은 이유와 승격을 향한 욕심을 전한 뒤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종우와 일문일답.
-팬들의 자존심이 다친 최근 두 시즌이다.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팬분들과 선수를 나누고 싶지 않다. 강등 뒤 승격, 승격 뒤 강등을 겪었지만, 팬들은 같이 슬퍼해 주셨다. 잘못된 길로 갈 땐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셨다. 이런 부분에서 나누고 싶지 않다. 같은 한 가족이다. 결국 저희에게 달려 있다. 팬분들은 '져도 되니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달라'라고 하시는데 이젠 아니다. 지면 안 된다. 이제 이겨야 한다. 그래야 목표를 이룰 수 있고 승격할 수 있다.
'다치지만 말고 잘해다오' 이제 아니다.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모든 것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언제까지 좋은 말씀만 하시게 할 수 없다. 잘해야 한다.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페레즈 전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저희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주셨다. 선수들이 잘 헤쳐 나갔다면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지만,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힘들긴 했다. 고참 선수들, 중간 선수들이나 어린 선수, 구단 직원분들, 팬분들도 힘들어하셨다.
이제 핑계 댈 것이 없다. 지금은 울타리 안에 잘 짜여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불안함, 두려움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설렌다. 시즌 개막부터 천안한테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기대된다.
-부산은 항상 승격해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오늘 말은 도전자로 돌아가겠다는 것 같다.
맞다. 최근 두 시즌 그런 말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선수들 모두 알고 있다. 저희는 도전자 맞다. 지난 시즌 꼴찌 안 한 것이 다행일 정도다. 지난해 저희가 못 보여드렸던 것이 많다. 팬분들에게 죄송한 것도 많고 스스로 자존심 상한 것도 많다. 올해는 정말 도전자 입장으로 해야 한다.
원정 가서 때려 부수고 홈에서는 지켜내면서 승점 쌓아야 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오히려 부담감이 덜할 수 있겠다.
위에 있을 때보다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부담감 따위 필요하지 않다. 동기부여가 된다. 지난해 있었던 성적들이 저희한테는 정말 큰 스크래치였다. '오늘 한 경기 하고 다음 경기 준비하자' 이런 건 없을 것 같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손)흥민이 아버지 말이 많이 돌더라. '부딪혀 보는 거지'라는 말이다. 싸워보고 부딪혀보고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전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어린 선수들이 내준다면, 빨리 올라와준다면 강한 효과가 나올 것 같다.
-감독님이 라커룸 대화를 엄청 오래 한 적이 있다.
박 감독님이 중간에 오시고 나서 많은 대화를 했다. 전임 감독님의 색이 너무 강했다. 선수들이 벗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저도 어려웠는데 어린 선수들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최대한 빠르게 소통하며 벗겨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경기는 정말 잘했다. 마지막 잘했던 3~4경기에서 잘했기 때문에 올해가 기대됐다. 1년 더 하고 싶었다.
감독님은 소통을 정말 많이 하신다. 저희 감독님은 때로는 친구처럼 대해주시기도 하며 공유를 많이 하신다. 말씀하시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많이 하신다. 선수 본인이 궁금한 거나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면 감독님이 또 맞게 전술 피드백을 주신다. 선수 입장에서 재밌다. 치앙마이에서도 연습경기를 해보니까 되더라. 좋은 장면이 자꾸 나오고 결과도 크게 나쁘지 않으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한다면 좋은 시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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