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34, 부산)가 부산 아이파크에 남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 아이파크의 최고참 박종우는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9일 오후 1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호텔에서 열린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인터뷰를 진행했다.
OSEN과 만난 박종우는 부산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특히 부산의 축구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종우와 일문일답.
-부산에 남은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부산이라는 팀이 저에겐 컸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1년차 신인때 받았던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복합적이다. 지난해 정말 처참한 성적을 냈다. 책임감이 느껴졌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역량을 최대한 쏟아부어 팀에 도움이 되고, 또 팀의 도움을 받으며 지난해보다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부산 시민분들과 선수들이 원하는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재계약이 늦어졌다. 계약이 만료된 후 다시 계약했다.
이미 지난 일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계약 만료 후 제가 원하는, 제 주변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구단 사정도 있었고 저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저는 다른 옵션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독님, 대표님께서 저를 기다려주셨다. 물론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충분히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르겠다. 제 마음속에 팀이 있었던 모양이다. 금전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배제할 수 있을 만큼 구단 생각이 컸다.
부산에도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 선수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후배들이 저를 보며 큰 꿈은 아니더라도 한 팀에 오래 머무르고 잘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를 보며 느끼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시간은 걸렸지만,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심경이 복잡했을 텐데.
맞다. 프로가 된 이후 계약, 이적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젊을 땐 오퍼가 있어 행복한 고민을 했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 형들이 괜히 얼굴 표정이 어두웠던 적이 있다. '왜 힘들어 보이지? 인상 쓰고 다니시지?'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선수 생활 오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개인적인 목표, 팀적인 목표가 있다. 후배들에게도 그냥 선배가 아닌 특별한 선배가 되고 싶고 팀에서도 그냥 선수가 아닌 특별한 선수가 되고 싶다.
-어린 선수들을 자주 언급했다. 특별히 해준 이야기는.
저 역시 '어린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제 자리에서 보여지는 것이 많았다. 어렸을 때 못봤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훈련하는 태도, 인성, 팀을 생각하는 부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팀을 얼마나 생각하고 팀에 얼마나 도움이 돼야 하는지, 자기 발전도 중요하지만,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개인도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줬다.
-앞서 이야기한 1년 차 같다는 느낌은 구체적으로 무슨 느낌인지.
제가 2010년에 부산에 입단했다. 짐을 한 번도 싸본 적 없다. 2010년 처음 모든 짐을 싸 들고 구단에 들어왔다. 해외 나간 것 이외에는 짐을 빼본 적 없다. 계약이 만료된 후 처음으로 짐을 뺐다. 그때 참 마음이 이상했다. 이후 계약을 맺고 다시 짐을 싸 들어가는 기분이 1년 차 때와 비슷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신인으로 돌아간 마음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앞으로, 특히 올해가 기대된다.
-지난 2년 많은 부상을 당했다. 잃은 것이 많을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부상때문에 크게 쉬어본 적이 없었다. 부상이라는 게 제가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것이 아니다. 늘 따라다닌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2년이었다. 오래 쉬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제가 쉴 때 차라리 팀이 잘되면 나았을 것 같다. 제가 쉴 때 팀이 많이 힘들었고 성적도 내려가니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주장이기도 했고 빈자리에 후배들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제일 조심하는 것이 부상이다. 2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릴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부상에 대한 준비는 늘 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 있게 하려면 보강 운동도 신경 써야 한다.
-출전보다 직관하는 시간이 많았다.
마음 고생이 심했다. 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부상 때문에 나서지 못한다. 팀이 힘든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티를 안 내려 했다. 결혼 11년 차가 됐는데 와이프가 처음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더라. 팀이 너무 걷잡을 수 없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만 보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제가 복귀를 한다고 해도 갑자기 상승세를 타는 것이 아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많이 힘들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박진섭 감독님과 동계 훈련에 나서는데 이전과 느낌이 다른지.
계약이 끝나고 나서 구단에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감독님이 하시는 축구가 너무 재밌었다고. 선수들이 만약 감독님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많은 팀이 (부산을 상대로) 힘들어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나중에 지도자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너무 공부가 많이 됐다. 그동안 제가 몰랐던 축구에 대해 배우고 있다. 감독님 몰래 따로 체크하며 따라 적기도 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감독님이 앞선 기자회견에서 '즐겁게 재미있게'라고 말씀하셨다. 선수들은 '재미있게'까지는 아니고 흥미를 느끼는 단계다. 이 전술을 습득한다면 너무 기대된다. 저는 감독님과 하는 올해가 특별히 기대된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