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무대로 돌아온 안영규(34, 광주FC)가 다른 11개 팀들을 향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안영규는 지난 시즌 광주의 K리그2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광주 복귀와 동시에 주장 완장을 찼고, 단단한 수비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주는 K리그2 승점 신기록(86점)을 세우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안영규도 K리그2 베스트 11은 물론이고 MVP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K리그1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안영규는 각오를 단단히 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8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만난 그는 "작년에 잘했던 건 작년에 잘했던 거다.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제일 밑에서 시작하는 팀이다. 쉽게 볼 팀도 없고 모두 어려운 상대"라며 굳은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안영규는 "그래도 작년처럼 하나로 뭉쳐서 한 게임 한 게임 소중하게 준비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좋고 강한 팀이지만, 저희가 두려워할 팀은 아니다"라며 "감독님 말씀처럼 공격 축구로 부딪혀 보겠다. 선수들과도 1부에서 도장 깨기를 하겠다고 얘기한다. 한 팀 한 팀 만나면서 도장 깨기를 해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맞대결이 가장 기대되는 팀은 어디일까. 안영규는 양강 구도를 구축 중인 두 팀을 언급했다. 그는 "울산이나 전북과 경기하면서 저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작년에 시즌 시작하기 전에 울산과 연습 경기를 했다. 경기는 1-2로 졌다. 그때와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는지도 확인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스승' 남기일 감독이 있는 제주 이야기도 꺼냈다. 안영규는 "제주와 맞대결도 기대된다. 과거에 남기일 감독님과 함께한 적 있다.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단은 상대로 만나게 된다"라며 "저를 지도해주셨던 분이기 때문에 제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게 해야 저에 대한 그리움도 느끼지 않으실까"라고 농담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이정효 감독에게 느끼는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정효 감독 이야기를 꺼내자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시지만, 또 못할 때는 세세하게 다 짚어주신다. 저도 팀에서 고참이지만, 아직도 배워야 하는 선수다. 어린 선수들에게만 가르침을 주시지 않고, 제가 못할 때도 혼내시거나 하나하나 짚어주신다"라며 "그 덕분에 더 성장하고, 더 생각하면서 축구하고 있다. 현대 축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심어주신다"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또 안영규는 "(감독님께서는) 운동장에서 문제가 보이는 순간 바로 피드백을 하신다. 운동장에서는 못하면 강하게 하시지만, 또 훈련이 끝나면 따로 불러서 좋게 타이르신다. 마음이 약하시다. 대화로 이야기를 잘 풀면서 다운시켰던 기분을 다시 끌어올려 주신다"라고 덧붙였다.
2년째 주장을 맡고 있는 만큼, 책임감도 남달랐다. 안영규는 "개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팀이 우선이다. 제가 주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고참 선수로서 솔선수범해서 선수들을 이끌어 나가는 게 첫 번째"라며 "광주라는 팀이 승격을 했다가 강등도 당하고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저희도 강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항상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2부에서 잘했지만, 그건 2부다. 1부는 또 다른 도전이다. 더 강해지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팀 내 어린 선수들 이야기가 나오자 안영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아시겠지만, 요즘 선수들은 두려움이나 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저는 어릴 때 형들을 보면 말도 잘 못 걸고 실수할까봐 겁도 많이 먹었는데, 요즘 선수들은 그런 게 없다. 당차다"라며 "요즘 애들은 무섭다. 말을 잘 못하겠다. 한마디 하면 두 마디가 돌아온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안영규는 패기 넘치는 어린 선수들 덕분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선수들이 1부라고 두려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없다. 다들 경기에 나가서 이기고 싶다,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려워하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라며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그런 선수들 분위기가 좋아야 팀도 산다. 어린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밝게 해주면서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안영규는 개막전부터 친정팀 수원 삼성을 만난다. 그는 지난 2012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그는 "신인 때 수원에 입단했는데, 아쉽게 출전은 못 했다. 그래도 첫 팀이기 때문에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라며 "당시 신인이었는데 팀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주 많았다. 너무 움츠러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저도 많이 성장했다. 빅버드에서 한번 이겨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효 감독은 작년 미디어데이에서 광주가 '개무시'를 당해서 기분이 나빴다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영규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저도 작년에 미디어데이를 갔다. 우승팀 예상이든 뭐든 광주는 이름도 안 나오더라. 끝나고 나서 감독님께 '솔직히 기분이 좀 안 좋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화도 난다'라고 말했다. 감독님도 마지막에 웃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하시더라"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어 안영규는 "감독님께서 올해 처음 운동을 할 때도 '우리가 작년에 우승할 줄 누가 알았냐. 그걸 깬 건 우리고 너희들이다. 자신감 갖고 하자'라고 하셨다. '올해도 똑같을 거다. 기대하는 사람 없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또 한 번 일을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계속 심어주셨다. 다들 저희를 저평가했지만, 결과는 되게 좋았다. 마지막쯤 되니까 '그때 우리를 안 뽑은 걸 후회하도록 결과물로 보여줬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안영규가 그리고 있는 개인적인 꿈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안 다치고 꾸준히 경기를 나가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지금 231경기를 뛰었는데, 300경기를 뛰고 은퇴를 하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준비도 관리도 더 잘해야 한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끝으로 안영규는 다시 만나게 된 친구 홍정호에게 인사도 건넸다. 지난해 'K리그2 MVP'를 거머쥔 그는 'K리그1 MVP 출신' 홍정호와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홍정호 이야기가 나오자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정말 부럽고 자랑스러운 친구다. 같은 포지션인데도 1부에서 MVP를 탔다. 정호를 보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저희가 잘 준비하면 승산도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기 끝나고는 또 웃으면서 인사하겠다"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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