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이 1위팀을 상대로 한 짜릿한 3-0 승리에도 웃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을 깨물며 기쁨을 감췄다.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흥국생명의 5라운드 맞대결. 1-2위 ‘미리보는 챔프전’ 답게 평일 저녁 수원 실내체육관은 만원 관중을 이뤘다.
양 팀 모두 중요한 경기였다. 앞서 흥국생명은 19승 6패 승점 57로 2위. 이날 1위 현대건설 상대로 승점 3을 차지하면 1위 자리를 뺏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면 승점 6으로 차이가 벌어져 현대건설이 1위 독주 체제를 견고히 할 수 있었다.
흥국생명 김연경과 옐레나를 비롯한 선수들은 챔피언 결정전처럼 초반부터 뜨겁게 포효했다. 상대 홈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는 듯 듀스 접전처럼 환호하고 아쉬워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2세트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2세트에서 10득점에 공격 성공률 41.67% 활약을 펼쳤다. 2세트 후반 25-25에서 듀스 접전으로 이어졌지만 현대건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등 부상을 입은 가운데 김연경의 공격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3세트로 넘어갔다.
김연견의 부상 상황은 이렇다. 1세트를 21-25로 내준 현대건설. 2세트에서 25-25 팽팽한 승부를 이어 갔고 듀스가 됐다. 김연경에게 공격을 내주며 25-26이 됐고 김미연의 서브가 이어졌다.
정지윤의 리시브 이후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이 디그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등을 다쳤다. 김연견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경기는 중단 없이 진행됐다. 결국 김연경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현대건설은 2세트도 내준 상황.
강성형 감독은 김연견이 쓰러진 상태에서 경기가 진행돼 아쉬움을 표출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그보다 김연견이 현대건설 트레이너 코치에게 들려서 코트를 벗어났다. 그정도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3세트 돌입 후에도 김연견은 치료를 계속 받았다. 현대건설 배구단 관계자는 “통증이 있어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며 경기 종료 후 "X레이 촬영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주전 리베로 없이 돌입한 3세트.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이날 세트 스코어 0-3(21-25, 25-27, 15-25) 완패를 당했다.
1-2세트 뜨겁게 포효한 김연경은 3세트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승리를 따내는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경기를 펼쳤지만 챔프전 같았던 뜨거운 포효는 온데간데 없었다. 극명한 온도차에 흥국생명의 승리 순간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얼어붙었다.
김연견이 스태프에게 들려 코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흥국생명 선수들과 김연경. 1위팀 셧아웃 승리에 대한 기쁨은 마음 속에 감춰둔 채 조용한 박수로 팬들의 응원에 감사를 전했다.
배구장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를 걱정하며 기쁨은 잠시 묻어둔 흥국생명 선수들과 김연경. 배구는 ‘신사의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