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떠나 수원' 노동건 "수원 더비? 내 실력을 정확히 보여주고 싶을 뿐" [오!쎈 제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2.08 09: 10

베테랑 골키퍼 노동건(31)이 수원삼성 유니폼을 벗고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실력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수원FC는 7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5차 미디어 캠프 참석했다. 출전 기회를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노동건도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전 기회를 찾아 지역 라이벌인 수원FC로 이적한 노동건이지만, 그는 "크게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 삼성은 더 이상 나를 택하지 않았고, 수원FC는 나를 선택했다"라며 "부담이라면 단지 이 팀에 빨리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뿐이다. 수원삼성을 만난다고 죽기 살기로 하기보다는 내 실력을 보여줘서 믿음을 주신 김도균 감독님과 수원 FC에 보답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어 노동건은 "항상 같은 팀에 있다 보니까 수원삼성 선수들은 나를 상대로 만나본 적이 없다. 이전 동료들에게 그냥 내가 가진 실력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다. 더 과하게 준비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건은 이번 이적을 통해 지난 2014년 수원삼성에서 데뷔한 이래로 처음으로 팀을 완전히 옮겼다. 그동안에는 2017년 포항으로 한 시즌 임대를 떠난 것이 전부였다. 지난 시즌 2경기 출전에 그친 그로서는 자유 계약 신분이 되자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팬들도 오랫동안 팀에 헌신한 그에게 따듯한 인사를 건넸다. 몇몇 팬들은 소셜 미디어를 따로 하지 않는 노동건을 대신해 그의 아내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팬들이 아내 인스타그램에 와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들었다. 지역 라이벌이다 보니까 조금 질투하는 분들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 같이 다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더라. 팬들을 위해서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은 조금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FC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보강을 탄탄히 했다. 윤빛가람을 트레이드로 품었고 이재성, 김현훈, 이광혁 등 경험 있는 선수들을 자유 계약으로 영입했다. 노동건은 스쿼드가 강해졌다는 평가에 "나도 새로운 멤버다. 내가 와서 도움이 되는 선수가 돼야지 '스쿼드 괜찮네'라는 평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못하면 '생각보다 아니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라며 "팀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할 입장이 아니라 내가 평가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노동건은 수원삼성 시절 함께했던 신세계와 재회하게 됐다. 그는 "이적하기 전에는 확실한 이야기가 아니라 연락하지 않았다. 먼저 연락해서 설레발치고 싶지도 않았다. 휴가 때는 만났지만, 따로 연락해서 물어보고 하지는 않았다. 환경만 바뀌었을 뿐, 제가 하는 건 똑같이 경기장 위에서 하는 축구다. 이적 후에는 세계 형이 장난도 많이 쳐줘서 금방 적응했다"라고 말했다.
노동건은 골키퍼 선배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배종이 형이나 (이)범영이 형과 많이 친해졌다. 훈련하다가 헷갈리는 부분도 이야기하면서 건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 잘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준다. 수원삼성에 있을 때는 제가 고참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좋은 선배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항상 수비 불안이 약점으로 꼽히는 수원FC인 만큼, 노동건은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는 "득점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팀인데도 순위가 많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감독님께서 저나 (이)재성이 형을 영입한 이유는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이번에는 '최소 실점팀 TOP 3에 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목표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실제 소속 선수로서 경험해본 수원FC는 어떨까. 노동건은 "안에서 보니까 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작년에 밖에서 볼 때는 공격에서는 퍼포먼스가 다양하고 화려하다고 느꼈다. 라스, 무릴로, 이승우, 김현 그리고 이광혁도 있다"라며 "수비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이 먼저다. 그것만 다지면 상위 스플릿뿐만 아니라 ACL 티켓도 노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노동건은 생애 처음으로 등번호 17번을 달고 뛰게 됐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번호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사실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라면서도 "기존에 달았던 19번도 생각했다. 다만 그 번호는 수원삼성에서 의미 있게 시작했던 번호다. 평범하게 '달아본 21번을 할까' 하다가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시작하자'해서 한 번도 안 해본 번호를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노동건은 우선 최대한 많이 뛰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작년에 못 뛰었던 경기를 많이 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30경기까지 뛰고 싶지만, 그건 내가 잘했을 때 이야기"라며 "일단 경기 출전이 작은 목표다. 그 이후로는 5경기, 10경기가 있겠지만, 2019년에 보여줬던 0점대 실점률도 다시 해보고 싶다. 한번 최소 실점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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