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일이지만,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윤빛가람(33, 수원FC)이 남기일(49) 제주 감독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는 7일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5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가 먼저 인터뷰를 시작했고, 수원FC가 뒤이어 자리에 앉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를 떠나 수원FC로 이적한 윤빛가람이 화두에 올랐다. 그는 지난 시즌 남기일 감독과 불화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때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던 그는 시즌 막판이 돼서야 겨우 경기장을 누빌 수 있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남기일 감독은 윤빛가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윤빛가람 선수는 지난 시즌에 소통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 감독하는 데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됐던 선수 중 하나"라고 고백했다.
이어 남기일 감독은 "윤빛가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운동장에서 많이 보여주지 못한 부분, 경기에 많이 내보내지 못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라며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소통 문제였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가며 "(윤빛가람이) 수원FC로 이적하게 됐는데 주장도 맡으면서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K리그의 중추 역할을 해서 계속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덧붙였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남기일 감독의 공개 사과도 깊어진 감정의 골을 채우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뒤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빛가람은 남기일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사를 봤다. 소통이 많이 없었다. 한두 번 정도 있었다. 많지 않은 소통 속에서 서로 맞지 않는 생각이 오갔다. 그렇게 2군으로 갔다"라며 아픈 기억을 꺼냈다.
이어 윤빛가람은 "또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 있다. 제가 훈련을 안 하겠다고 클럽하우스를 뛰쳐나간 게 아니라 훈련을 안 시켜줘서 못 한 것"이라며 "작년에 굉장히 힘들었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 당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윤빛가람은 마지막까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셨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왜 그때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다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통을 통해 풀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수원FC는 오는 26일 K리그1 개막전서부터 맞대결을 펼친다. 2부 시절부터 함께했던 양 팀에 또 하나의 뜨거운 스토리가 생겨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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