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의 강자를 꼽으라면 단연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다. 그 뒤를 쫓는 후발주자들 사이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을 말한다면 발로란트를 빼 놓을 수 없다.
5대5 대전형 캐릭터 기반 PC 전술 슈팅 게임 발로란트는 2020년 4월 클로즈 베타 개시 후 전 세계 일인칭 슈팅 게임 커뮤니티에서 인기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클로즈 베타 첫날 3400백만 시간이라는 1일 시청 시간 신기록을 세우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한 최고 동시 시청자가 170만 명을 넘었으며 이는 라이엇 게임즈의 2019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은 발로란트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e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발로란트 e스포츠에 대한 라이엇게임즈의 투자도 적극적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2년에 걸쳐 챌린저스, 마스터스, 챔피언스 등 3개의 단계로 진행되는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를 선보였다.
후속조치로 2023년에는 발로란트 e스포츠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국제리그를 새롭게 창설하고 3개 권역에서 진행되는 퍼시픽(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카스(북미), 이엠이에이(유럽/중동/북아프리카)-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참가하는 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었다. 21개 지역에서 하위 리그인 챌린저스 리그를 진행해 국제 리그와 연계 방식을 모색했다.
각 지역 챌린저스의 스테이지2 우승팀은 자신이 포함된 권역의 어센션(승격전)에 진출하며 한국이 속한 퍼시픽 어센션에는 퍼시픽에 속한 10개의 지역 챌린저스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10개 팀이 참가한다. 권역별 어센션 우승팀은 이듬 해부터 2년 동안 해당하는 권역의 국제 리그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이 팀들은 2년이 지나면 다시 지역 챌린저스로 돌아가 지역 리그와 어센션을 거친다.
26일 막을 올리는 2023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은 라이엇 게임즈와 빅픽처인터렉티브가 공동으로 주최, 빅픽처인터렉티브가 주관하며 어센션에 출전할 한국 팀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첫 대회라고 할 수 있다.
2023 WCG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은 6개의 초청팀(디플러스 기아, 농심 레드포스, 대전하나CNJ, 마루 게이밍, WGS X, 오피지지 등)과 지난 14일과 15일 예선전을 통과한 쉐도우코퍼레이션과 리오가 출전권을 얻었다.
OENN은 기존 강호였던 온 슬레이어스를 따돌리고 코리아 스테이지1에 합류한 쉐도우코퍼레이션 발로란트팀을 지난 16일 서울 당산 쉐도우코퍼레이션 연습실 만났다.
쉐도우 팀은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살 채영문부터 안형기(24) 박형찬(19) 이원빈(19) 조현태(19)까지 각기 개성있는 다섯 명이 뭉쳐있었다. 저 마다의 사연도 있었다. 의대를 생각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사람도 있었고, 군 제대 이후 사회 생활 대신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이도 있었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이들의 남다른 각오 때문일까. 첫 관문인 예선을 갓 통과한 상황에서도 이들의 시선은 어느 누구 한 명 빠지지 않고 권역별 어센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은 쉐도우 발로란트 팀과 일문일답.
- 강호 온슬레이어스를 제치고 2023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 본선에 진출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 조현태=개인적으로는 본선진출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팀의 실력을 생각할 때보는 본선은 쉽게 갈 수 밖에 없었다.(웃음)
▲ 이원빈=1년 동안 (채)영문이형, (안)형기 형, 그리고 내가 기반을 잘 다져놨다. 올라간거는 당연한 결과다.
▲ 박형찬=팀에 합류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팀 에이스란 대회를 경험했다. 팀 에이스서 1위를 하면서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는 당연히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
▲ 안형기=우리 5명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보상 받은 기분이 든다. 아직 행복하다고 하기는 이르지만,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 채영문=이제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하는 입장이 됐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달리겠다.
- 이번 대회를 포함해 앞으로 목표를 이야기 한다면.
▲ 채영문=목표는 당연히 국제 대회인 퍼시픽까지 가는 거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막힘 없이 1부까지 올라가겠다. 그래도 이번 코리아 스테이지1은 4위에서 5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 박형찬=팀 에이스 결정전 우승을 통해 우리를 아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발로란트 e스포츠 팬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팀, 선수가 되고 싶다.
- 여러 e스포츠 종목들 중 발로란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발로란트의 매력이 어떤 건지.
▲ 박형찬=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발로란트를 접했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롤은 다이아, 배틀그라운드는 마스터, 오버어치나 서든어택도 준수한 편이었다. 친구들이 발로란트를 먼저 시작해서 쫓아갔는데 첫 배치 결과가 실버1이었다. 친구들은 플래티넘이라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이 악물고 하루 15시간 씩 하면서 한 달만에 불멸을 달성했다. 남들 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됐다.
▲ 이원빈=단순하게 게임에만 매달린 게 아니고, 게임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인게임에서 내가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이 구현되는 순간 엄청난 쾌감과 매력이 느껴졌다. 상대가 내 손바닥 위에 있는 느낌 말이다. 상대 위치가 보이지 않는데도 어디 있는지 다 예상하고 이길 때의 희열은 정말 짜릿했다. 탑 티어까지 랭크가 올라가자 큰 무대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쳐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 조현태=발로란트는 장시간 집중력을 요구한다. 집중을 통해 승리하면 그만한 희열감이 있다.
▲ 채영문=나는 미련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창 시절 하던 게임이 서든어택이었는데,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든어택 프로게이머가 되기는 어려웠다. 대회도 점점 줄어들면서 결국 생각만 하고 말았다. 대학을 졸업할 쯤 발로란트가 출시됐다. 재미로 시작한게 어느 순간 랭킹 1위까지 오르더라. 그 순간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다시 생각났다.
▲ 안형기=(채)영문이형 사연과 비슷하다. 카운터스트라이크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서든어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이 카스를 즐기던 친구들은 프로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서 배가 아프기도 했다. 발로란트에 재미를 붙이면서 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오랜 시간 꿈꿨던 도전을 실행에 옮겼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