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5년 동행을 마무리한 박항서 감독(64)이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를 향한 소신발언을 했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베트남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는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언어소통 부분이 아니라면 국내 지도자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기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만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으면 협회에서 금전적인 것보다도 외국 감독만큼 지원을 해주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공석이다. 지난해 12월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을 2022카타르월드컵 원정 16강에 올려놓은 뒤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다.
지난 4일 협회는 이용수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후임으로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의 선임 소식을 전했다. 대표팀 육성과 관리를 책임지는 전력강화위원장에 외국인이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뮐러 위원장의 첫 번째 당면 과제는 국가대표 새 사령탑 선임이다. 그는 앞서 11일 기자회견에서 “전문성, 감독의 경험, 동기 부여, 팀워크 능력, 환경적 요인, 5가지를 중시할 것”이라며 “감독의 문화나 생활적 조건도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지도자도 대표팀 수장이 될 자격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박항서 감독은 뮐러 위원장 선임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뵙진 못했지만 이번 협회 전력강화위원장에 독일분이 됐다고 알고 있다. 의문이 들었다. (독일인) 위원장님이 과연 한국 지도자 역량을 얼마나 알까.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해서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 (협회가) 위원장을 선임할 때 ‘외국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했나?’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 지도자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없어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국제대회에서 언어소통 문제만 잘 해결되면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국가대표 지도자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항서 감독의 소신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한) 협회기술위원회에서 보는 시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순 없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언어소통 부분이 아니고선 감독으로서 역량을 국내 지도자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한 번 더 강조하면서 “다만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으면 협회에서 금전적인 것보다도 국내 지도자들에 대해 외국 감독만큼 지원을 해주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더불어 “협회는 일정 부분 감독이 소신 있게 할 수 있게끔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 부분에서 협회가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고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단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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