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고향’ 일본프로농구 올스타전의 주인은 팬들이었다.
일본프로농구 B리그는 14일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위치한 아다스트리아 미토 아레나에서 ‘B리그 올스타전 2023’을 개최했다. 코로나 사태 후 3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으로 의미를 더했다. B리그 블랙이 화이트를 127-123으로 누르고 승리를 차지했다.
1부리그부터 3부리그까지 54개팀이 소속된 B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최고스타’ 토가시 유키(30, 치바)가 화이트 팀으로 뛰었고, ‘떠오르는 샛별’ 가와무라 유키(22, 요코하마)가 블랙팀에 소속돼 포인트가드 신구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에서 돋보인 선수는 외국선수 세바스티안 사이즈였다. 덩크슛 대회에도 출전했던 그는 엄청난 탄력을 바탕으로 공중을 지배했다. 그는 29점, 13리바운드로 대활약했다. 호주출신 리바운드왕 잭 쿨리는 18점, 13리바운드를 보탰다.
인상적인 것은 올스타 MVP를 뽑는 방식이었다. 경기가 후반부로 향하자 경기장 대형전광판에 ‘팬들이 직접 SNS에서 올스타 투표에 참여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떴다. 올스타 MVP를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팬들이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시노야마 류세이(35, 가와사키)가 48%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MVP에 선정됐다. 시노야마에게 상금 100만 엔(약 958만 원)이 수여됐다.
이날 시노야마는 3득점에 그쳤지만 경기내내 ‘예능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시작부터 ‘슬램덩크 송태섭’(일본명 미야기 료타)의 북산 7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시노야마는 절친 토가시 유키에게 거친 수비를 펼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서 팬들을 웃겼다. 벤치에서도 그의 활약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팬들은 그에게 MVP를 주며 보답했다.
한국에서는 종종 올스타전에 임팩트가 약했던 선수가 MVP가 돼 선수와 팬들 서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고는 한다.
2015 KBL 올스타전에서 라건아(당시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29점, 23리바운드로 올스타전 역대 한 경기 최다리바운드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스타 MVP는 16점, 6어시스트의 김선형에게 돌아갔다. 경기 후 김선형은 “라틀리프에게 미안하다. 그 선수가 많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다”며 미안함을 밝힐 정도였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한국에서는 올스타전 MVP 투표를 프로농구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다. 경기 중 종이에 투표를 해서 KBL에 미리 제출하는 방식이다. 보통 4쿼터 중반에 투표가 마감된다. 따라서 4쿼터 막판 활약이 좋은 선수는 투표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 이미 2011년 올스타전에서 4쿼터 11점을 몰아쳐 팀을 승리로 이끈 문태종이 MVP를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투표용지를 수기로 작성하기에 경기 종료와 동시에 MVP를 발표하려면 집계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자도 여러차례 투표에 참여했다. 4쿼터에 기사마감으로 한창 바쁠때라 무의식적으로 최다득점자에게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지금의 MVP 선정방식은 팬들이 원하는 선수와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이미 2010년 댈러스 올스타전부터 올스타전 MVP투표에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터넷과 문자,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실시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직접 MVP를 뽑기에 참여하는 맛도 있고, 논란도 적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를 디지털로 바로 집계해 전광판을 통해 발표를 해서 또 다른 이벤트가 된다. B리그도 NBA의 방식을 적극 도입한 셈이다.
물론 NBA도 정규시즌 MVP나 파이널 MVP 등 권위 있는 상은 언론사에서 투표를 한다. 다만 출입기자들도 해당시즌 일정경기 이상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력이 있어야만 투표권을 부여한다.
올스타전의 주인은 팬이다. 농구팬들이 MVP 투표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본 B리그는 그래서 팬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B리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