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개된 일본프로농구 올스타전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프로농구 B리그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위치한 아다스트리아 미토 아레나에서 ‘B리그 올스타전 2023’을 개최한다. B리그는 NBA처럼 올스타 주간을 선정해 이틀에 걸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3일 첫째 날에는 덩크슛 컨테스트, 3점슛 컨테스트, 스킬스 챌린지가 열렸다. 양재민이 주장으로 출전한 ‘아시아 올스타전’에서 아시아 올스타가 ‘라이징 스타’를 118-114로 이겼다.
B리그는 1부리그부터 3부리그까지 54개팀이 있고, 성인팀만 아니라 유소년팀까지 보유하고 있다. 14일에는 동부 대 서부의 U18올스타전이 열린다. 이후 B리그 블랙 대 B리그 화이트의 메인 올스타전이 개최된다.
기자는 NBA 올스타전을 2회 현장에서 취재했다. KBL과 WKBL 올스타전은 거의 매년 취재해왔다. 3년 만에 재개된 B리그 올스타전을 취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B리그의 흥행성 경제력, 이벤트 구성의 치밀함, 팬들의 열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아시아 최고리그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을 자랑했다.
B리그는 올스타전 티켓을 사전에 예매했다.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첫날 이벤트를 전부 볼 수 있는 ‘종일권’의 가장 싼 티켓이 4천 엔(약 3만 9천 원)이었다. 가장 비싼 좌석은 1만 8천 엔(약 17만 5천 원)을 받았다. 2일 종일권은 8천 엔에서 5만 엔(약 7만 5천 원 - 48만 5천 원)이었는데 한달 전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한다.
이틀을 모두 갈 수 있는 양일권은 1만 2천 엔부터 6만 8천 엔(약 11만 7천 원 - 66만 원)을 받았는데 역시 매진됐다. 미토 아레나는 평소 5천명을 수용하지만 대형무대를 설치해 약 4천명을 받을 수 있다. 기자가 13일 경기를 직접 가보니 경기장에 빈 좌석이 거의 없었다. 입장권 수익만 해도 일단 천문학적인 셈이다. 올해 KBL 올스타전 가격은 8천 원에서 1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바라키현 현청소재지인 미토시는 인구 27만 정도의 지방 중소도시다. 이런 곳에서 올스타전이 개최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과연 흥행이 될까?’ 싶었다. 기자의 오만과 착각이었다. B리그는 가장 많은 액수를 제시한 지자체에 올스타전 개최권을 주고 있다. 시정부 차원에서 나서 프로농구 홍보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미토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B리그 올스타전 2023이 열리는 도시’라는 대형 현수막이 보였다. 그 밑에 바로 B리그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있다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내버스도 올스타전 홍보로 뒤덮여 있다. 가로수에도 포스터가 붙어있다. 미토에 오니 올스타전을 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마치 NBA 올스타전을 유치한 미국도시의 분위기가 풍겼다.
경기장에 도착했다. 앞마당에 큰 장터가 열렸다. 지역의 먹거리도 즐기고 기업들의 홍보부스도 구경할 수 있었다. 농구와 관련된 상품을 먹고 즐기고 살 수 있었다. 2023년 9월 류큐에서 개최되는 FIBA 농구월드컵 홍보부스도 열렸다. ‘일본에서 돈치치를 볼 수 있다’는 홍보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티켓가격이 수십만 엔에 달하는데도 관심이 뜨거웠다.
B리그의 공식후원사들도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해 이벤트로 경품을 나눠줬다. 입장권 없이 그냥 가도 두 손 가득 선물을 받아올 기회였다. B리그 공식용품점에서는 올스타전 관련상품을 팔았다. 54개 구단을 대표하는 대표상품이 진열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B리그 메인스폰서 아디다스가 제작한 티셔츠와 유니폼 등은 높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연봉 1억엔을 받는 최고스타 토가시 유키의 이름이 새겨진 머플러도 인기였다.
이렇게 거금을 투자해 손님을 초대했지만 막상 이벤트가 재미없으면 잔치는 망한다. 팬들이 다시 농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B리그는 농구장에서 입장권 가격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다. 미토 아레나는 규모는 작지만 LED 조명, 초대형 풀HD 전광판, 깨끗한 음향 등의 시설이 NBA 못지 않았다. 여기에 NBA 올스타전처럼 초대형 무대를 설치해 최대한 선수들이 돋보이도록 꾸몄다.
스킬스챌린지와 3점슛 컨테스트, 덩크슛 컨테스트 모두 NBA와 정확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0.1초까지 제한시간을 정확하게 지켜 선수들도 매우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선수들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외국선수들도 참여했지만 아나운서가 완벽한 영어와 일어를 동시에 구사했다. 경기 후 인터뷰 진행도 대형전광판을 통해 모두 소개했다.
양재민이 주장으로 출전한 아시아 올스타전은 선수등장부터 화려했다. 선수들이 한명씩 호명되면 각자 춤을 추면서 입장했다. 선수들에게 모두 핀포인트 조명을 쏴서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도 비슷한 방식이지만 무대의 규모와 이벤트의 완성도에서 너무나 차이가 컸다.
올스타전을 마친 양재민은 “아시아올스타에 주장으로 뽑혀 영광이다. 팬들에게 최대한 즐거운 경기를 선사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승부가 좀 느슨해져 죄송하다. 올스타전의 무대도 화려하고 팬들도 많이 오셔서 즐거워해주셨다. 저도 평소 친하지 않던 선수들과 많이 교류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은 걸그룹 공연이나 선수들 장기자랑 없이 오직 농구를 테마로 선수들의 상품성을 최대한 살렸다. NBA가 제시한 성공모델을 B리그가 고스란히 가져다가 흥행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일본리그에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아시아쿼터제로 뛰고 있다. 일본은 귀화선수에 대해서도 제한없이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앞으로 B리그가 동아시아 최고리그로 성장한다면 한국선수들의 일본리그 진출도 가속화 될 것이 확실시 된다. / jasonseo34@osen.co.kr
[영상] 미토(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