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축구를 하며 한 단계 성장하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대한민국, K리그 무대였다. 어릴 적부터 함께 축구를 했던 선배 안영학이 뛰었던 곳. 안병준이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무대. 재일교포 3세 김대생(28)은 망설임 없이 연고도 없는 한국행을 택했다. 지난해 6월, 김대생은 당시 K3리그 소속이었던, 천안시티FC의 전신인 천안시축구단에 입단하며 자신이 바라던 한국 땅에 발을 내딛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 여겨지고,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바라보는 재일교포 김대생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주신 한국 이름을 놓지 않았고, 한국에 자신의 꿈과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 와서 축구를 해보고 싶었다. 안병준 선수가 K리그2에서 득점왕, MVP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활약을 하는 것을 보면서 K리그에 도전해볼 결심을 했다. 사실 선수로서 새로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도 한국, K리그였다” 김대생이 천안에 온 이유였다.
김대생은 일본에서 주목받을 기회 대신 대한민국에서의 도전을 택했다. 이전 소속팀인 일본의 이와키FC는 하부리그에서 시작해 빠르게 승격을 거듭하며 창단 10년만인 지난해 프로리그인 J3리그에서 우승, 올해 J2리그로 승격했다. 한국과 비교해 하부리그가 많은 일본의 상황을 고려하면 1~2년에 한 번씩 승격을 한 셈이다. 김대생도 2021년 JFL(일본 풋볼리그) 우승과 J3리그 승격에 공헌한 만큼 일본에 남았다면 팀의 주축으로 J2리그를 누빌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도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올 시즌 천안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앞서 재일교포 선수들이 K리그에서 보여준 것 같은 훌륭한 성과를 이곳 천안에서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 후배 재일교포 축구선수들이 보고 배울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김대생의 바람이었다.
김대생은 자신의 바람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동계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태국 촌부리에서 힘든 훈련도 웃으며 즐겁게 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에 한국에 와서 한국 문화나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는 동계훈련부터 참가하고 있는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훈련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제가 가진 장점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팀 동료들과 많이 친해져서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생의 주포지션은 측면수비수. 그중에서도 일본에서부터 오랜 시간 담당해온 오른쪽 측면수비수 자리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김대생은 “중앙공격수를 비롯해 측면 공격수도 해봤다. 오른발잡이지만 왼쪽 측면수비도 할 수 있다”면서 “공격 시 적극적인 오버랩과 공격 가담이 강점이다. 일본에서도 많이 해왔던 역할인 만큼 동계훈련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체력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천안시티FC가 올해 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2)에 처음으로 참가하면서 김대생은 K리그에 도전한 16번째 재일교포 선수가 된다. 지난 2000년 박강조(성남 일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한호강(전남 드래곤즈)까지 총 15명의 재일교포 선수들이 K리그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대생은 자신의 롤 모델인 안영학, 안병준처럼 K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천안시티FC의 새 시즌을 눈여겨 볼만한 또 하나의 이유다. / 10bird@osen.co.kr
[사진] 천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