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감독 경질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흥국생명. 이번에는 선임이 완료된 새 감독의 데뷔전이 연기되는 또 하나의 납득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권순찬 감독에 이어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팀을 떠난 흥국생명은 지난 6일 혼란을 수습할 신임 사령탑으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했다.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을 겸비한 김기중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이 빨리 선수단을 추슬러 최상의 경기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고, 김 감독은 “지난 4년간 동고동락했던 흥국생명에 돌아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부임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8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돌연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8일 오전 “흥국생명이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한 관계로 오늘 경기는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설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신임 감독 선임 발표는 모든 행정업무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후 한국배구연맹 등록을 거쳐 발표가 된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에서 데뷔전을 갖는다. 구단의 설명대로라면 행정 착오로 인해 감독 선임 발표 이후 감독대행으로 경기를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심지어 감독대행을 맡았던 이영수 수석코치가 물러나며 대행의 대행으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렇다면 김기중 감독은 언제 지도자 데뷔전을 갖는 것일까. 흥국생명 관계자는 OSEN에 “김기중 감독 선임 작업은 마무리단계에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바란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1987년생인 김대경 감독대행은 2009-2010 신인드래프트서 현대캐피탈 2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빠르게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동안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 코치를 역임했고, 흥국생명에서 코치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감독 경질부터 신임 단장의 납득할 수 없는 해명까지 모든 게 잡음의 연속이다. 그리고 분위기를 수습할 신임 사령탑 선임 작업마저 일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김연경보다 불과 1살 많은 지도자의 지휘 속 이날 경기를 치르게 됐다. 김대경 대행은 지난해 여름 순천 KOVO컵에서 권순찬 전 감독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감독대행 임무를 한 차례 수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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