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뜨거웠던 부동산 개발 시대를 함께 지낸 사진 작가들은 그 광풍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사진 작가들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부동산 개발 시대의 서울을 관조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4인의 작가가 참여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시회가 1월 13일부터 3월 5일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김정일(사진가), 최봉림(한미뮤지엄 삼청, 부관장), 임정의(건축사진가), 김재경(사진가) 등 4인의 작가들은 1980년대 투기에 가까운 부동산 개발시대에 저소득층들의 주거형태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이미지화했다.
개발 시대 이후 달라진 서울의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다. 사진전을 통해 상전벽해가 된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불모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지리심리학 분야의 개척자 이-푸 투안(Yi-Fu Tuan)이 말했다. 이-푸 투안은 사막에서 “정신과 영혼의 관대함”을 마주했던 경험에 대해 들려준다. 한때 풍족함을 누리며 살았던 필리핀과 파나마 제도에 진동했던 “부패와 죽음의 냄새”와는 대조되는 순수와 영원의 느낌을 그는 사막에서 마주한다.
최봉림의 카메라에 담긴 상도동에서 봉천동으로 이어지는 달동네 능선에서 이-푸 투안이 사막에서 가졌던 것과 같은 것을 느낀다. 사람에게 정과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과 확실성의 원천이 되는 삶의 터전으로서 공간에 대한 장소애(場所愛), 곧 토포필리아(Topophilia) 말이다.
하지만 1960, 70년대 미국인들은 경관에서 경기 호황을, 장소에서 자원과 도시재개발을 보았고, 그때부터 토포필리아는 빠르게 사라져갔다. 한국인들도 삶의 터전을 시(詩), 이웃, 놀이, 기쁨, 순수로부터 떼어내는 슬픈 연대기에 가담했다.
임정의의 작품은 이 점을 포착했다. 그는 “나의 삶 이상으로 이웃의 삶을 바라보는 방법으로서의 사진”을 선언한다. 김정일의 사진은 그 이웃이 겪게 될 운명에서 미학적 막을 형성한다.
1982년 그러니까 40여 개의 개발지구가 발표되던 그해, 미증유의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었고 빈부의 격차가 통제불능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삶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특정한 양태를 공유했던 사람들의 공동체인 이웃의 개념은 도시재개발의 명분 아래 소멸의 과정에 들어섰다.
공간을 보는 시선의 저온화, 인식의 저하가 그 뒤를 이어 야기되었다. 장소를 ‘누추한 환경’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하고, 기억에서 삭제하는 인지적 자학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었다.
김재경 작가가 본 세상은 인간이 땅과 맺는 관계가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것으로 변질돼 있었다.
이런 세계관이 '뮈에인, 내마음속의 오목렌즈'전에 담겨 있다.
“개발과 배움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달라이 라마(taa-la’i bla-ma)는 권한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에 대한 진단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근시안으로는 그런 작업에 임할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함하는, 멀리 내다보는 인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더 넓은 전망(展望)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여야 한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길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같은 길이다. 이 신성한 앎의 길에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전에 할당된 작은 몫이 있기를 기대한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