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시치 내려가자 손흥민 불 뿜었다...좌측 교통정리, '선택 아닌 필수'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1.06 12: 51

좌측 교통정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반 페리시치(34)가 위치를 내리자 손흥민(31, 이상 토트넘)이 살아났다.
토트넘은 지난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이하 팰리스)를 4-0으로 제압했다.
리그 3경기 만의 승리이자 오랜만의 대승이었다. 토트넘은 지난해 9월 레스터 시티전 이후 처음으로 3골 차 이상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10승 3무 5패, 승점 33점을 만들며 한 경기 덜 치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5)를 바짝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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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도 드디어 골 맛을 봤다. 그는 팀이 3-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6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지난해 9월 18일 레스터 시티전 해트트릭 이후 109일 만에 리그 득점을 올렸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손흥민은 득점 후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기다리던 찰칵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위치 변화가 효과를 봤다. 그동안 페리시치는 윙백으로 나설 때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힘을 보태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손흥민과 위치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손흥민의 개인 폼 자체가 예년 같지 않다는 문제도 있으나 두 선수의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사진] 토트넘의 아스톤 빌라전 포지션(좌)과 크리스탈 팰리스전 포지션(우) / 후스코어드닷컴.
결국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칼을 빼들었다. 그는 팰리스전에서 페리시치의 전진을 제한했고, 손흥민에게 팀 내 가장 높은 위치를 맡겼다. 손흥민은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 침투까지 선보이며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토트넘 선수들의 포지션을 보면 변화가 더 눈에 띈다. 지난 아스톤 빌라전 손흥민의 평균 위치는 7번 마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페리시치(14번)와 딱 붙어 있다. 그만큼 두 선수가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고 경기 내내 겹쳤다는 의미다.
그러나 팰리스전에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손흥민은 케인보다도 높이 위치하며 넓은 공간을 사용했고, 페리시치는 중앙선까지만 올라와 공격을 뒷받침했다. 오히려 우측 윙백을 맡은 맷 도허티가 그보다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크리스탈 팰리스전 손흥민 히트맵(좌)과 이반 페리시치 히트맵(우) / 소파 스코어.
팰리스전 히트맵 역시 마찬가지다. 손흥민(좌측 히트맵)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높은 위치에 머무르며 자유롭게 공격을 이끌었다. 대신 페리시치(우측 히트맵)는 페널티 박스 침투를 자제한 채 중앙선 부근까지만 전진했다.
득점 역시 손흥민의 중앙 침투에서 나왔다. 최전방에 머무르던 그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살려 수비 등 뒤로 빠져들어 갔고, 집중력 있게 공을 따낸 뒤 골망을 갈랐다. 높이 자리한 손흥민의 파괴력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득점 장면뿐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선제골 장면에서도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공을 받은 브라이언 힐은 왼쪽 공간으로 열어줬고, 이어진 페리시치의 크로스를 해리 케인이 머리로 마무리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역할 분배가 잘 맞아떨어진 공격 전개였다.
손흥민은 후반 22분에도 가장 높은 위치에서 머무르다가 뒷공간 돌파를 시도했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긴 했지만, 우리가 알던 손흥민다운 침투였다. 그는 1분 뒤에도 중앙으로 이동하며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고, 행운이 따른 패스로 도허티의 추가골에도 기여했다.
[사진] 옵타 소셜 미디어.
손흥민의 살아난 영향력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손흥민은 팰리스전 6차례나 공격 시퀀스에 관여했다.
이는 토트넘이 이날 기록한 14개의 슈팅 중 절반에 가까운 6개가 손흥민을 거쳐 가거나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손흥민보다 많은 공격 시퀀스 관여 횟수를 기록한 토트넘 선수는 오직 케인(7회) 한 명뿐이다.
콘테 감독은 앞으로도 손흥민과 페리시치를 동시에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윙백의 공격 가담을 중요시하는 그가 날카로운 크로스와 득점력을 지닌 페리시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시즌 득점왕 손흥민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콘테 감독은 좌측 교통정리에 힘을 써야 한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동선을 구분해줘야 하는 이유는 팰리스전에서 제대로 증명됐다. 두 선수의 공존을 통해 측면 공격이 살아난다면, 토트넘의 4위권 재진입도 더 이상 꿈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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