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의 동시 사퇴 이후 사태 수습의 중책을 맡은 신용준 흥국생명 단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준 단장은 지난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전임 단장과 감독의 갈등 이유에 대해 “선수 기용이 아니라 운영에 대한 갈등”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팬들 사이에서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고 전후로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의견이 대립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단장과 감독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눠져 있다. 선수단이 최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게 단장의 역할. 감독은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안정된 전술을 구사하는 지도력을 발휘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김여일 전 단장은 감독의 고유 영역인 선수단 기용 및 운영에 관여하며 선을 제대로 넘었다. 감독 및 코치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이와 관련해 신용준 단장은 “전임 단장의 선수 기용 관여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팬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고 말했다.
신용준 단장이 말하는 팬들의 요구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유튜브에서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팬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팬들의 이야기가 감독보다 우승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건 좋지만 선수단 운영은 별개의 문제다. 일부 팬들이 유튜브에서 이야기한 걸 마치 정답인 냥 현장에 관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다. 신임 단장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미 그렇게 구단을 운영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구인은 “단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배구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