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베트남 국민 파파’ 박항서 감독(64)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인도네시아의 신태용호를 넘어야 한다.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인 감독을 넘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인 것이다. 말레이시아 김판곤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을 꺾어야 결승으로 향한다. 어려운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오는 6일(한국시간) 오후 9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신태용 체제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4강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베트남 홈’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9일 오후 9시 30분에 열린다.
인도네시아가 준결승전에 선착했다.
2일 조별리그 최종 4차전에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3승 1무(승점 10)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디펜딩 챔피언’ 태국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A조 2위를 확정했다.
3일엔 베트남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베트남은 이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얀마를 3-0으로 대파했다. 조별리그 성적 3승 1무(승점 10)를 완성, B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신태용-박항서' 한국인 감독의 맞대결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모두 ‘우승’ 목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으로 승리의 무게가 한 발 더 기운다.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점 팀이 바로 베트남이다.
더불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박항서 감독에게 ‘우승’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단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신태용 감독보다 동남아 축구에 더 스며들어 있다.
2017년 부임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이끌어냈다. 여기에 2019년 아시안컵 8강,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호성적을 추가했다.
박항서 감독이 승승장구하면서 한국 지도자들이 덩달아 동남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20년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배경에 영향이 없지 않다.
인도네시아로 넘어간 신태용 감독은 좋은 출발을 알렸다. 부임 첫해 2020 미쓰비시컵에 나서 곧바로 결승에 진출했다. 대이변이었다.
한국인 감독이라는 공통분모와, 우승을 향한 야망에서 뒤처지지 않는 박항서-신태용 두 사령탑 간의 대결에 기대가 쏠린다.
올 초 ‘동남아 한국인 사령탑’ 대열에 또 한 명 합류했다.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이다.
지난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던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체제에서 곧바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단 분위기다. 하지만 김판곤호의 목표는 더 높다. 결승 진출을 넘어 우승을 바라본다.
B조 2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는 A조 1위 태국과 7일 쿠알라룸푸르에서 1차전, 10일 방콕에서 2차전을 치른다. 디펜딩 챔피언을 꺾어야만 우승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김판곤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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