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PSG)인가,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인가?” 과연 누가 당대 으뜸의 골잡이인지를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망설일 듯싶다. 각자의 골수팬이라면 거침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월드 스타를 내세우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땐, 선뜻 “누가 더 낫다”라고 답하기가 쉽지 않을 성싶은 질문이다.
음바페와 홀란은 분명히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걸출한 골잡이다. 2010년대가 리오넬 메시(PSG)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의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음바페와 홀란의 세상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차별화한다면, 음바페는 ‘중천에 빛나는 해’이고 홀란은 ‘떠오르는 해’라 표현하면 될 법하다. 그만큼 두 골잡이는 난형난제의 골 솜씨를 뽐내며 2020년대를 휘어잡고 열어 가고 있다.
2021-2022시즌까지만 해도 둘 사이엔, 커다란 격차가 엄연히 존재했다. 음바페는 프랑스 리그 1 득점왕 4연패(2018-2019~2021-2022시즌)의 위업을 이루며 유럽 최고 골잡이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반면, 홀란은 독일 분데스리가 ‘2020-2021시즌 선수’의 영광을 안긴 했어도, 아직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무서운 신예’ 정도였다.
그런데 2022-2023시즌이 막을 올리면서, 형세는 일변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로 무대를 옮긴 홀란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면서, 오히려 주도권은 음바페에서 홀란으로 넘어갔다. 이번 시즌, 홀란은 세계 최고 격전장으로 평가받은 EPL을 장악하며 단숨에 유러피언 리그 최고 골잡이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 홀란은 21골을 터뜨리며 EPL은 물론 유럽 5대 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에 반해, 2위인 음바페는 13골로 다소 버겁게 그 뒤를 쫓고 있다.
이쯤 되면 홀란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지지 않나 생각할 듯하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이번 시즌은 아직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2022년 한 해로 범위를 정한다면, 둘 사이의 승부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졌을까?
그 해답을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이 내놓았다. 주관적 평가가 아닌, 골 수에 의한 객관적 평가여서 한결 신뢰할 만한 답안이다. IFFHS가 3일(이하 현지 일자) 발표한 답에서, 과연 누가 2022년 한 해 가장 많은 골을 결실한 으뜸의 골잡이였을까?
음바페, 홀란을 10걸음 차로 제치고 최고 골잡이로 우뚝 올라서
IFFHS가 걷어 낸 장막 속 주인공은 음바페였다. IFFJS 선정 ‘2022년 득점왕’의 영광은 음바페에게 돌아갔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골든 부트(8골)를 품에 안았던 음바페가 또 하나의 득점 타이틀을 쟁취하며 2022년 한 해를 가장 화려하게 수놓은 최고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음바페는 2022년에 56골을 뽑아냈다. 뜻밖에 홀란과 격차가 상당했다. 홀란(46골)을 열 걸음 차로 제치고 등정을 이뤘다. “아직은 나의 시대”라고 포효한 음바페였다(표 참조).
IFFHS는 ▲ 각국 리그(NL = National League) ▲ 각국 컵대회(NC = National Cups) ▲ 국제 클럽 대항(ICC = International Club Competitions) ▲ 국가대표팀(NT = National Team) 간 경기(A매치)를 통틀어 골 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골 수가 같으면, 국제 경기(ICC + A매치)에 가중치를 부여해 등위를 가렸다.
4개 부문 모두에서, 음바페는 홀란을 앞섰다. 가장 큰 차는 ICC에서 나타난 네 걸음(9-5)이었다. 이어서 A매치(12-9)→ NL(32-30)→ NC(3-2) 순이었다. 음바페는 PSG와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56경기를 뛰며 56골을 잡아내 경기당 평균 1골의 놀라운 골 결정력을 뽐냈다.
음바페는 아울러 2년 연속 홀란보다 한 단계 더 오르며 자신이 한 수 위임을 내비쳤다. 2021년, 음바페는 2위에 오르며 3위인 홀란을 제친 바 있다.
홀란은 2년 연속 고배를 마시긴 했어도, 시나브로 자신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스스로 힘으로 다시 한번 알렸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2022년 마지막 날 한 골을 넣으며 베르그송(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동수를 이룬 뒤, 국제 경기 득점에서 크게 앞서(14-6) 역전을 이루며 2위로 올라섰음에 위안받을 만하다. 2022년 12월 31일 에버턴과 치른 EPL에서, 홀란은 전반 24분 선제골을 터트려 베르그송과 맞붙은 2위 다툼에서 역전극의 마지막 한 점을 찍을 수 있었다.
한편, 음바페는 이틀 전 PSG를 같은 둥지로 둔 메시에게 당한 패배를 깨끗이 씻어 냈다. 2023년을 연 1월 1일, 음바페는 역시 IFFHS가 선정해 발표한 ‘2022 국제 경기 최다 득점 타이틀’을 한 걸음 차(21-22)로 메시에 내준 바 있다. 2022년 한 해 전체로 지평을 넓혔을 때, 음바페는 그런 메시(35골·11위)를 크게 앞질렀다.
2020년대의 네 번째 해인 2023년이 시작됐다. 음바페와 홀란이 벌이는 으뜸 골잡이의 각축은 한층 더 불꽃을 튀기리라는 건 쉽게 내다볼 수 있다. “쫓아올 테면 쫓아오라”라는 음바페는 승기를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승부가 시작됐다”라는 홀란은 열망에 부풀어 전의를 불태운다. 점입가경의 볼거리가 펼쳐질 2023년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