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이가 무슨 죄인가?
여자프로배구단 흥국생명에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리그 2위를 달리는데 갑자기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무언가 말못할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위 공략에 열을 올리는 시점에서 돌연 사령탑을 끌어내린 것은 아무리 봐주어도 비정상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을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권 감독은 박미희 전임 감독의 뒤를 이어 2년 계약을 맺고 지휘봉을 잡았다. 단 9개월만에 2위를 달리는 가운데 강제로 하차를 당했다. 남은 연봉이야 보장하겠지만 예의라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습니다. 핑크스파이더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온 권순찬 감독께는 감사드립니다”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사퇴 배경을 쉽게 이해하는 이는 없다. 흥국생면은 올 시즌 14승 4패 승점 42점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현대건설(16승 2패 승점 45점)과는 3점차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대가 주전 야스민의 부상으로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시점이다. 사실항 1위를 하지 말라는 권고나 다름없다.
흥국생명은 올해 월드스타 김연경을 재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하위권에서 재도약해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김연경은 공격에서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권순찬 감독과 함께 작년 6위에 그친 팀을 2위로 끌어올렸다. "이제는 1위에 도전해보겠다"며 역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단과의 방향이 틀리다는 말은 신진 선수들을 중요하지 않아 경질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김연경이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그러나 매일 이기고 지는 전쟁을 벌이는데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 1위가 보이면 우승을 위해 전력투구는 당연하다.
더욱이 김연경은 2020~2021시즌 쌍둥이 자매 때문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흥국생활을 뒤로 하고 중국으로 진출했다. 이번에 외국생활을 접고 흥국생명에 복귀해 우승에 매진했다. 그러나 의기투합했던 감독과 생이별을 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장수가 전장에서 물러났다. 죽어라 볼을 때리는 김연경이 무슨 죄인가 묻고 싶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