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선두를 바라보고 있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을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습니다. 핑크스파이더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온 권순찬 감독께는 감사드립니다”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흥국생명의 감독·단장 경질에 배구계는 혼란에 빠졌다.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올 시즌 14승 2패 승점 42점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현대건설(16승 2패 승점 45점)과는 불과 3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순위 경쟁 상황도 나쁘지 않다.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 야스민이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해 12월 29일 흥국생명전에서 패한 뒤 인터뷰에서 “7~8경기 정도 야스민이 없이 경기를 해야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1위에 집중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위기는 반대로 말하면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권순찬 감독은 현대건설전 승리 이후 “우리가 한 경기를 더 많이해서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정말 잘하는 팀이라 쉽지 않다. 우리도 1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라고 1위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감독을 경질해버렸다. 권순찬 감독의 배구가 구단의 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런 시점에서 선수단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흥국생명은 오는 5일 GS칼텍스와 이영수 감독대행체제로 4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이영수 감독대행이 선수단을 추스리고 선두 경쟁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팬들의 걱정이 크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