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파문에 감독 사퇴까지…복귀 때마다 악재, FA 김연경 이러다 떠날라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1.03 06: 00

복귀 시즌마다 배구와 관련 없는 악재가 터지고 있다. 2년 전 쌍둥이 파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팀을 잘 이끌고 있던 감독이 돌연 사퇴 조치를 당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러다 시즌을 마치고 흥국생명을 떠나 타 팀으로 FA 이적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2008-2009시즌을 끝으로 V리그 여자부를 떠났던 김연경은 지난 2020년 6월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전격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코로나19로 해외진출이 불확실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출전과 12년만의 우승을 위해 연봉 3억5천만 원에 친정 흥국생명행을 택했다.
당시 김연경에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쌍둥이자매를 보유하며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은 흥국생명.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했고, 핵심 전력인 쌍둥이자매가 학교폭력 미투 악재로 5라운드 도중 코트를 떠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마저 GS칼텍스가 들어 올리는 걸 지켜봐야 했다. 

흥국생명 김연경 / OSEN DB

당시 가장 힘든 선수는 주장 김연경이었다. 이재영, 이다영과 더불어 맏언니 김세영까지 부상 이탈하며 혼자 외국인선수 브루나와 후배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했다. 컵대회 때만 해도 밝은 표정과 함께 씩씩하게 인터뷰에 임했던 배구여제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졌다.
시즌 종료 후 중국 상하이로 떠났던 김연경은 지난해 6월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 대우인 1년 총액 7억 원에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2년 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달랐다. 팀이 리빌딩 중이었지만 권순찬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고, 쌍둥이자매가 유럽으로 떠나며 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출산을 마치고 복귀한 맏언니 김해란 또한 김연경이 복귀 시즌을 기대한 요인이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효과에 힘입어 ‘절대 1강’ 현대건설과 여자부 2강 체제를 구축했다. 아울러 권 감독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워 지난 시즌 6위(10승 23패)에 그친 팀을 빠르게 쇄신했다. 돌아온 김연경을 비롯해 김해란, 옐레나, 김미연, 김나희, 이주아, 김다솔 등이 탄탄한 팀워크를 뽐냈고, 이는 최근 선두 현대건설의 홈 24연승을 저지하는 저력으로 이어졌다. 흥행 면에서도 흥국생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었다.
권순찬 감독 / OSEN DB
그런데 김연경이 새해 둘째 날 듣게 된 소식은 감독과 단장의 돌연 동반 사퇴였다. 흥국생명 구단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을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습니다”라며 “핑크스파이더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온 권순찬 감독께는 감사드립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또 납득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고개를 끄덕일만한 사퇴 배경 또한 전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 흥국생명의 현재 순위는 한때 개막 16연승을 질주했던 선두 현대건설에 불과 승점 3점 뒤진 2위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감독과 단장이 사실상 경질되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 또한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사태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배구계와 팬들을 납득시킬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정확한 이유와 영문도 모른 채 당장 이영수 감독대행 체제로 5일 GS칼텍스와 4라운드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팀 성적이 좋은 상황에서 감독이 내쳐지며 선수단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대로 어수선해진 상황.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연경과 일부 베테랑 선수들은 경기 보이콧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여기에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흥국생명 구단의 비정상적 행보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구단의 상식 밖 결정으로 2위팀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8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에 출전한 김연경은 전체 경기 수(36경기)의 40%인 15경기를 뛰며 2005년 데뷔 후 17년 만에 FA 자격을 얻었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마침내 자유롭게 차기 행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
2년 전 복귀 때도, 올해도 코트 밖의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흥국생명이다. 김연경이 흥국생명 잔류가 아닌 타 팀 이적을 고려해도 무방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김연경이 원클럽우먼 타이틀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떠나도 흥국생명은 할말이 없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