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가 설욕했다. 킬리안 음바페한테서 받은 쓰라림을 그대로 되돌려줬다. 똑같은 한 골 차로 빚어진 희비쌍곡선에서, 승자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22년 국제 마당에서, 으뜸 골잡이에 자리매김한 주인공은 메시였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메시는 생애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 아울러 월드컵에 맺힌 한을 깨끗이 씻어 냈다. 자신을 거부했던 기나긴 세월 - 16년 6개월 2일 – 을 끝내 디디고 마침내 등극했다. 6,029일! 하릴없이 흘러간 나날을 등정의 토양으로 삼아 4전5기 신화를 창출했다. 마지막 한 점은 대관식이었다. 메시와 더불어 아르헨티나는 36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세 번째 패권의 영광을 누렸다. ‘신계의 사나이’에서 ‘축구신’으로 한 단계 더 뛰어오른 순간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골든 볼을 움켜쥐었다. 물론, 우승컵도 품에 안았다. 그러나 아쉬운 한 점이 있었다. 골든 부트를 눈앞에서 놓쳤다. 프랑스와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펼친 마지막 한판에서, 메시는 2골을 터뜨리며 골든 볼을 품 안에 넣는 듯했다. 그렇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음바페가 연장 후반 종료 2분 전 해트트릭을 완성하면서 최고 골잡이의 영광을 가로채 갔다. 7-8, 숨 가쁘게 벌어진 골든 부트 승부는 한 골 차로 가름됐다. 득점왕 등극 좌절은 메시에게 ‘옥에 티’였다.
그러나, 메시에겐 또 한 수가 남아 있었다. 2022년이 끝나며, 봉수(封手)가 드러났다. 마지막 착점은 2022 국제 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메시의 기막힌 한 수에, 음바페는 돌을 던졌다. 2022년 마지막 날에 웃은 승자는 메시였다.
A매치 폭발 메시, ICC 기염 음바페 꺾고 세 번째 최고봉 올라
메시와 음바페는 참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호적수였다. 지난해 국제 무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골잡이의 영예를 거머쥐기 위한 두 사람의 각축은 실로 팽팽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자존심 경합의 결말은 묘하게도 매한가지였다. 월드컵과 같은 모양새인 단 한 골 차 승부로 판가름 났다. 22-21, 메시가 간발의 차로 정상에 먼저 발을 내디뎠다.
똑같이 파리 생제르맹(PSG)을 둥지로 삼고 있는 두 사람의 운명은 국가대표팀(NT: National Team) 간 경기(A매치)에서 엇갈렸다. ‘PSG 신입생’인 메시는 아르헨티나에서 영양분을 취해 미소를 띨 수 있었다. 국제 클럽 대항전(ICC: International Club Competitions)에서 4골밖에 뽑지 못한 메시였으나, A매치에서 무려 18골씩이나 터뜨려 승부를 뒤짚었다. ICC에서 5골(9-4)이나 앞서 기세를 돋웠던 음바페였진만, A매치 열세(12-18)를 뒤집기엔 다소 벅찼다(표 참조).
메시는 2022년을 가장 화려하게 빛냄으로써 이 시대 진정한 최고 골잡이로서 우뚝 섰다. 역시 ‘신계의 사나이’로 손꼽히며 메시와 같은 반열에 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노쇠화 기미를 역력하게 드러내는 데 반해,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는 메시다. 1987년 6월생으로, 우리 나이 서른일곱 살인 메시는 세 번째 한 해 국제 경기 최다 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메시는 2011년과 2012년에 거푸 이 부문 최고봉에 올라선 바 있다.
2022-20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는 ‘괴물’ 엘링 홀란은 4위(14골)에 오르며 내일을 기약하는 무서운 신예 골잡이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ICC에서 5골을, A매치에서 9골을 각각 잡아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한솥밥을 먹는 히샤를리송은 8위에 자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히샤를리송은 ICC(에버턴·토트넘 홋스퍼)에서 2골에 그쳤으나, A매치(브라질)에서 10골이나 터뜨리는 놀라운 기세로 10걸 안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A매치 기록만으로는 4위에 해당할 만큼 국가대표팀에서 더 맹위를 떨쳤다.
이 부문 10걸을 보면, 세계 축구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가 각각 4명씩으로 역시 강세를 보였다. 남미는 메시를 비롯해 4명이 포진했고, 유럽은 음바페를 필두로 4명이었다.
‘축구 제3세계’인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체면치레했다. 아프리카는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아시아는 엘도르 쇼무로도프(AS 로마)가 각각 이름을 올려놓았다.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1년이 흘렀을 때, 누가 가장 계묘년(癸卯年)을 눈부시게 수놓았을지를 한 번쯤 그려 봄 직한 새해 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