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진이 칭찬 좀 많이 해주세요.”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30일 GS칼텍스와의 대전 홈경기를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으로 장식한 뒤 인터뷰실을 빠져나가며 미들 블로커 박은진(23)을 콕 집어 칭찬해 달라고 했다. 이미 승장 인터뷰에서 박은진을 칭찬한 뒤였지만 그걸로 모자랐던 것 같다.
박은진은 이날 블로킹 5개 포함 8점을 올리며 팀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블로킹 5개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모마의 공격 길목을 연이어 차단했고, 속공까지 2개 성공시키며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4세트 13-13에서는 빠른 다이렉트 공격으로 팀에 리드를 가져오기도 했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 후 “은진이가 경기에 자주 못 뛰면서 절치부심했다. 야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속공 타이밍도 바꾸고, 세터 (염)혜선이와 많이 대화하면서 잘해보기 위해 노력했다. 안 되면 훈련으로 노력해야 한다. 안 된다고 이런저런 이유를 찾으면 안 된다.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 야간에도 알아서 선수들이 훈련을 자청한다.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은진이가 오늘 여실히 보여줬다.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나도 기쁘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187cm 장신 미들 블로커 박은진은 선명여고 3학년이던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될 만큼 일찌감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돼 두 번째 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막판에는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시련을 격기도 했다.
올 시즌 같은 포지션의 1년 후배 정호영의 출장 비율이 높아지면서 박은진은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늘었다. 최고참 한송이와 번갈아가며 코트에 나섰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마지막 날을 맞아 정호영과 함께 중앙을 지키며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했다.
박은진은 “2022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기분 좋다”며 “올 시즌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비시즌에 몸 상태도 좋았는데 국가대표팀(세계여자배구선수권)에 나가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시즌이 시작할 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감독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다”며 “야간 훈련을 해서라도 부응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1대1 코칭도 해주셨다. 내가 생각한 것을 내려놓고 감독님 스타일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특급 미들 블로커로 활약한 고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통했다. 블로킹을 뜰 때 손 움직임부터 이단연결 동작까지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세터 염혜선도 박은진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야간 훈련에 나와 “도와주겠다”며 같이 구슬땀을 흘렸다.
그동안 주전으로 뛰었으나 성장이 정체돼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박은진에겐 좋은 자극의 시간이었다. 박은진은 “야간 훈련을 지금과 똑같이 계속할 예정이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앞으로 좋아지는 모습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새해에는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정말 잘해서 상위권에 도약하고, 봄배구에 꼭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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