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감동이었어요.”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25일 현대건설과의 홈경기를 준비하던 KGC인삼공사 선수단에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주최자는 ‘캡틴’ 이소영(28). 직접 사비를 털어 선수들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이소영이 한가득 마련한 크리스마스 기념 선물들은 랜덤 뽑기를 통해 선수들의 손에 들어갔다. 캐릭터 키링과 5원만 상당의 커피 상품권을 받은 팀 동료 채선아는 “미팅이 끝나고 (이소영이) ‘가지 마세요’라고 하길래 뭔가 했는데 진짜 감동이었다. 산타 할머니였다”며 까르르 웃었다.
채선아보다 2살 어리지만 ‘산타 할머니’가 된 이소영은 “크리스마스에 경기가 있다 보니 선수들이 이브날에도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잊고 경기 준비에 몰두해야 했다.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웃으며 화이팅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다. ‘싫어하면 어쩌지’ 했는데 다들 좋아해줘서 내가 더 놀랐다”며 기뻐했다.
고희진 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끼리 3라운드부터 반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얘기를 하더라. 주장 이소영이 특별 이벤트도 하면서 똘똘 뭉쳤라. 그런 모습을 보며 ‘할 수 있겠다’, ‘괜찮아질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좋은 경기로 보여줬다”며 “소영이가 사비를 털어서 선수들에게 선물도 줬다. 원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주장 역할을 잘해주니 감독으로서 너무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소영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엘리자벳이 주춤하며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에 이소영이 반격을 이끌었다. 특히 2세트 20-22에서 양효진의 블로킹을 뚫으며 퀵오픈을 성공했고, 황연주의 오픈 공격까지 가로막으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2세트를 잡고 반격에 나선 인삼공사는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마지막 5세트에도 이소영은 양 팀 최다 5점을 올리며 해결사로 나섰다. 올 시즌 개인 최다 26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56.10%로 양질의 활약을 했다. 수비에서도 블로킹 3개 잡았고, 디그도 양 팀 최다 25개를 성공하며 공수에서 코트를 지배했다. 개막 15연승을 질주하던 현대건설에게 첫 패를 안겼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승리를 거둔 이소영은 “홈에서 시즌 첫 연승을 해서 기쁘다. 연말 분위기에 홈팬들과 함께 승리할 수 있어 좋다”며 “5세트에도 불안함은 없었다. 각자 할 것만 조금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희진 감독도 “이소영을 필두로 우리 선수들이 여전사 같았다. 이런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좋은 경기가 이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