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는데 지난 시즌 승점을 벌써 넘겼다. 김연경(34) 효과를 제대로 받은 흥국생명의 기세가 갈수록 뜨겁다.
흥국생명은 지난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3라운드 경기를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1세트를 내줬지만 2~4세트를 내리 잡으며 역전승했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은 12승3패 승점 35점으로 2위를 굳건히 했다. 1위 현대건설(13승)이 흥국생명보다 2경기 덜 치르긴 했지만 승점이 같다. 지난 시즌 10승23패 승점 31점으로 6위에 그친 흥국생명이지만 올 시즌은 15경기 만에 벌써 35점이다.
신임 권순찬 감독 체제에서 분위기를 쇄신한 흥국생명의 가장 큰 차이는 두말할 것 없이 김연경의 존재다. 어느새 만 34세 베테랑이 됐지만 공격 성공률 2위(45.09%), 리시브 효율 6위(48.70%)로 공수에서 톱클래스 성적을 내고 있다.
17일 인삼공사전에도 김연경의 진가가 발휘됐다. 1세트를 내준 뒤 맞이한 2세트 초반보다 3연속 퀵오픈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3세트에도 블로킹 1개 포함 팀 최다 6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끈 김연경은 4세트에 공격 포인트 하나 없이 코트를 지배했다.
3-3에서 김연경 서브 타임 때 무려 9연속 득점으로 흥국생명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범실 하나 없이 이소영 쪽으로 집요하게 목적타 서브를 반복하면서 인삼공사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서브 에이스 2개, 블로킹 1개로 공격 포인트 없이 4세트에도 3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역전극을 완성했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연경과 김해란) 체력 안배를 시켜줘야 하는데 주축이다 보니 그럴 상황이 안 된다.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김연경이 이날 증명했다. 경기 후에도 권 감독은 “1세트 스타트가 안 좋았는데 2세트부터 연경이가 풀어주면서 팀 전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개막 13연승, 무패 행진을 질주하고 있지만 2위 흥국생명이 추격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양극화로 흥행 요소가 반감될 뻔한 V리그 여자부 순위 싸움도 흥국생명의 상승세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김연경이 없었더라면 현대건설의 싱거운 독주 체제였을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