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손흥민(30, 토트넘)이 있기까지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의 희생이 큰 몫을 차지한다.
손웅정 감독은 14일 tvN ‘유 퀴즈’에 출연해 ‘아들’ 손흥민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어렵게 지냈던 시간을 말로 꺼냈다.
현재 손흥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다. 손 감독과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절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손흥민의 위상은 대단하다.
특히 지난 시즌 손흥민은 세계축구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총 23골을 터트려 모하메드 살라(30, 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EPL을 넘어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1·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건 손흥민이 최초다.
그럼에도 손흥민과 그를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한 손 감독에게서 자만함은 찾아볼 수 없다. “흥민이의 축구가 10%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손 감독의 말에서 그들이 겸손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의 손흥민이 그냥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손흥민이 탄생했다.
손흥민은 18세 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이후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현 소속팀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10대 때부터 축구 인생 ‘사느냐 죽느냐’가 걸린 손흥민의 유럽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손 감독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다.
손 감독은 함부르크 시절을 회상하며 “춥고 배고팠던 생각밖에 안 든다. 흥민이는 유소년 숙소에 들어가 있고, 저는 그때 (아들 숙소와) 가장 근접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아침은 (숙소에서) 해결을 하는데 점심 저녁은 먹을 수가 없었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집도 없고 하니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억을 더듬어 하루 일과를 나열했다. 그는 “오전에 흥민이를 깨운 뒤 흥민이 방을 청소했다. 그때는 구단이 오후 훈련을 했다. 그래서 오전에 지하 체육관에서 흥민이와 함께 근력 운동을 했다. 그리곤 남의 차를 얻어 타고 (함부르크 훈련장으로 가) 흥민이를 라커룸에 데려다주고 저는 6시간 정도 밖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기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손 감독은 “호텔하고 1군 훈련장은 차로 50분 정도 거리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근처에 카페도 없었다. 날씨가 엄청 추운 겨울이다 그러면 6시간 동안 밖에서 떨고 있어야 했다”고 더 자세히 들려줬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독일 북부에 위치한 함부르크는 춥고 바람이 강한 지역이다.
손 감독은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쓸 수가 없다. (우산이) 날아가니까. 운동장 옆에 큰 나무가 있었다. 거기에 있는데 큰 나무 잎으로 비가 샌다. 비를 피할 순 없다. 왜냐하면 흥민이가 훈련하는 것을 직접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훈련을 지켜봐야 다음날 개인 훈련 강도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손 감독은 약 5년 간 이와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손 감독은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가 돈도, 집도, 차도 없고, 언어도 안 되니까 몸으로 견디는 수밖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손흥민이 있을 수 있었다. 손 감독은 “(당시) 유럽에서 ‘사느냐 죽느냐’였다.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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