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월드컵 최장 기간 득점 기록 세운 ‘축구신’ 메시가 씻어내려는 ‘한’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12.14 10: 25

역시 ‘신계의 사나이’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신들린 몸놀림으로 축구 천하를 휩쓰니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별호다. 1세기 반의 근대 축구 역사에서, 첫손가락을 다투는, 분명히 인간계에서 보기 힘든 빼어난 존재인 리오넬 메시(35)다.
그 메시에게도 한이 맺힌 무대가 있었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다. 16년간 우승의 꿈을 부풀렸건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이 허락하지 않는 등정에, 매시는 매번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메시는 야망을 굽히지 않았다. “한두 번의 실패로 낙심하지 않는다. 서너 번의 좌절로도 절망하지 않는다.” 이같이 자신에게 들려주며 끊임없이 자신을 닦달했다.

메시는 믿었다, “결코 도전을 피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불태우는 자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라는 역사의 외침을.
그리고 메시는 해내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자신의 꿈이 구현될 마당으로 만들어 간다. 2014 브라질 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다다른 정상 문턱이다. 아울러 4년 전, 2018 러시아 대회에서 당했던 수모를 그대로 되갚으며 밟게 된 결승 마당이다. 그때 조별 라운드에서 조국에 쓰라린 패배(0-3)를 안겼던 크로아티아에 통쾌하게 설욕(3-0)했다.
명품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다. 빛을 잃을 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쌓인 세월의 더께를 바탕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또 하나의 별명인 ‘기록의 사나이’답게 메시는 힘차게 날갯짓하며 카타르 하늘을 눈부신 성적으로 수놓고 있다. 전 세계 으뜸의 자리에 구축한 그의 철옹성은 아직 붕괴의 조짐이 엿보이지 않는다.
‘영원한 맞수’ 호날두 제치며 수립한 경이적 기록, 오랜 시간 빛을 발할 듯
신은 메시에게 손짓하고 있다, 우승의 품에 안기라고. 메시는 신이 마련한 길에 순응하겠다는 양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여러 월드컵 기록을 쏟아 내면서 이제 등정에 한 걸음만을 남겨 놓았다. ▲ 최장 기간(16년 180일) 득점 ▲ 최다 대회(5회) 어시스트 ▲ 최다 경기(18) 주장 부문에선, 월드컵 기록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 10대, 20대, 30대에 골을 떠뜨린 단 하나의 존재로 우뚝 섰다.
또한, ▲ 최다 경기(25) 출전 ▲ 넉아웃 스테이지 최다 어시스트(6개) 부문에선, 나란히 선두에 나섰다. 이 밖에 ▲ 최다 시간 출장 부문에선,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2,194분을 뛰어 기록 보유자인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2,217분)를 불과 23분 차로 뒤쫓고 있어 신기록 수립을 눈앞에 뒀다. 프랑스-모로코 승자와 맞붙을 결승전에서, 새 기록 탄생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이 가운데, 최장 기간 득점 기록(표 참조)이 단연 눈에 띈다.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듯 열정을 불태우는 메시의 건재가 단적으로 엿보인다. 자신의 월드컵 첫 무대였던 2006 독일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골맛을 잃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나타낸 메시다.
아니, 오히려 더 만개한 듯싶다. 메시는 2006 대회(1골)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11골을 터뜨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골과 연(緣)을 맺지 못했으나, 2014 브라질 대회(4골)와 2018 러시아 대회(1골)에선 골맥(脈)을 이어 갔다. 이번 대회에선, 자신의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종전 최다 기록보다 1골을 앞서는 5골을 뽑아내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선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13일 현재·이하 현지 일자).
메시와 월드컵 득점 인연은 2006년 6월 16일 비롯했다. 2006 대회 조별 라운드 C조 두 번째 마당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이었다. 후반 30분 막시 로드리게스를 교체해 들어가 13분 뒤 월드컵 데뷔 골을 장식했다. 열아홉 번째 생일을 8일 남겨둔 날에 터뜨린, 아르헨티나의 6-0 대승에 마침표를 찍는 자축포였다.
이 기록 부문에서, 메시를 뒤쫓는 도전자는 ‘영원한 맞수’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37)였다. 16년 160일로 메시와 20일 차다. 그렇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2026 북중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대회에 나올 가능성이 작은 점에 비춰, 당분간 메시의 기록은 흔들리지 않을 듯싶다. 3위부터는 모두 은퇴한 골잡이들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매한가지로, 호날두도 데뷔 무대였던 2006 대회에서 첫 골을 잡아냈다. 역시, 조별 라운드 D조 두 번째 마당인 이란전에서, 후반 35분 완승(2-0)을 마무리하는 추가골을 넣었다.
호날두에게 다소 위안이라면, 그가 최다 대회 득점 기록을 갖고 있는 점이다. 2006년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호날두는 1→ 1→ 1→ 4→ 1골 순으로 한 대회도 거르지 않고 득점포를 가동해 왔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는 “신들의 시대와 인간의 시대 사이에 ‘영웅의 시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입하면 메시는 분명 축구사에 있어 굵은 획을 그으며 큰 발걸음을 옮기는 영웅임에 분명하다. 그가 연출한 ‘영웅시대’는 불멸이라 할 만하다. 비록 퇴색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스러질 수는 없다.
결승전(18일 오후 6시·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메시가 또 어떤 발자취를 그리며 자신의 야망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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