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키'를 보면 주인공 록키 발보아를 응원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의 록키다."
'록키' 모로코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과연 모로코의 거센 모래바람은 주축들의 부상 공백마저 삼켜버릴 수 있을까.
모로코는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 카타르 알코르의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모로코는 지난 11일 8강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했다. 모로코는 특유의 단단하고 조직적인 수비로 포르투갈 공격을 모두 막아내며 전반 42분 터진 유세프 엔-네시리(세비야)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로써 모로코는 유럽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월드컵 4강에 진출한 최초의 아프리카팀이 됐다. 벨기에와 스페인 모두 모로코의 돌풍에 휩쓸려 씁쓸히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 후 왈리드 레그라기 모로코 감독은 "우리는 많은 재능과 돈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하는 팀이 되고 있다. 영화 '록키'를 보면 주인공 록키 발보아를 응원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의 록키다. 이제 세계는 모로코와 함께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로코를 록키에 빗댔다.
이제 모로코는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제3대륙 최초의 결승전 진출'이라는 역사에 도전한다. 지금껏 제3대륙 중 월드컵 4강에 오른 나라는 미국(1930년, 3위)과 한국(2002년, 4위), 모로코(2022년)뿐이다. 결승에 오른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레그라기 감독은 포르투갈전 승리 이후 "결승전도 가능하다. 안 될 이유가 뭐 있겠나?"라며 "우리는 꿈을 꿀 자격이 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꿈을 꾸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록키' 모로코는 이번 대회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4강 상대가 '우승 후보 1순위' 프랑스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선수단 공백이 너무나 크다. 무려 6명의 주축 선수를 잃을 수도 있다.
우선 센터백 듀오 나예프 아게르드(웨스트햄)와 주장 로맹 사이스(베식타스)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아게르드는 지난 스페인과 16강전에서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고, 프랑스전 역시 출전이 어렵다. 사이스 역시 스페인전에 이어 포르투갈전에서도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공수의 핵심 하킴 지예시(첼시)와 누사이르 마즈라위(바이에른 뮌헨)도 출전이 불투명하다. 지예시는 포르투갈전 도중 상대와 부딪치며 쓰러진 후 교체됐고, 마즈라위는 엉덩이 부상으로 아예 포르투갈전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왈리드 셰디라가 퇴장 징계로 출전이 정지됐으며 벨기에전 골을 터트린 압델하미드 사비리도 부상이 의심된다. 모든 포지션을 걸쳐 최대 6명이나 프랑스전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는 셈. 모로코의 모래바람이 안에서부터 스러질 위기에 처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