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의 엔진' 이재성(30, 마인츠)이 후회 없이 즐겼다며 카타르 월드컵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그 역시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걱정은 지우지 못했다.
이재성은 이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벤투호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는 살림꾼답게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으로 허리에서 밸런스를 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가나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재성을 선발로 기용했다.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성과를 쓴 이재성은 1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축구를 후회 없이 보여주고 왔다"라는 제목의 글로 월드컵 소감을 전했다.
이재성은 "아름다운 꿈을 꿨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꿈이었다. 아직도 꿈속의 환희와 열기가 짙게 남아있다. 이 여운을 더 느끼고 싶다. 깨고 싶지 않다. 언제 또 이런 꿈을 꿀 수 있을까"라며 "하지만 깨어나야 한다. 행복했던 꿈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신 이곳에 기록해두겠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경기 브라질전을 되돌아보며 "눈물은 나지 않았다. 한없이 바랐던 무대에서, 원없이 노력했다. 아쉬울 수는 있어도 후회는 남지 않는 월드컵이었다. 행복한 축제였다. 정말, 후회 없이 즐겼다"라고 밝혔다.
이재성은 벤투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벤투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더 굳건해졌다. (황)희찬이를 기가 막힌 타이밍에 투입하셨고, 희찬이의 골로 우리가 16강에 갔다. 그 경기 이후 선수들끼리 얘기했다. "우리 감독님 진짜 명장이다"라고. 감독님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한 수 앞을 바라보시는 분이었다"라고 감탄했다.
꿈을 이루고 온 이재성이지만, 그는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이재성은 "월드컵을 마무리하며 감독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라며 "선수들도 걱정하고 있다.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감독님을 너무 쉽게 선택하지 않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 번이라도 더 고심하게 되지 않을까. 리더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 팀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걸 우리가 몸소 체험했다. 벤투 감독님이 그걸 증명하셨다"라며 한 가지 우려를 전했다.
이재성의 바람은 벤투 감독처럼 뚝심 있는 지도자였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뚜렷한 철학이다. 나는 벤투 감독님을 보며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독님을 위해 뛴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우리는 감독님을 위해 한 발 더 뛰게 됐다. 우릴 믿고, 보호해주신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알 라이얀의 기적' 역시 믿음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재성은 "그런 믿음은 중요한 순간에 특히 빛을 발한다. 포르투갈전이 대표적"이라며 "결정적인 경기에서 감독 없이 경기를 치른다고 하면, 누구나 걱정부터 한다. 우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님은 코치진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공유하셨다. 감독님이 혼자 결정한 적도 없다. 그래서 포르투갈전에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이런 믿음이 더해져 우리의 16강 진출의 꿈이 이뤄진 거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재성은 자신의 발목 상태에 대해 전했다. 그는 "지금 수술한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수술은 미루고, 월드컵 이전처럼 관리하면서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다행히 너무 큰 부상은 아니고 워낙 선수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우리 선수들, 어디 하나 제대로 완벽한 선수가 없었다. 그런 선수들에 비하면 내 발목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멋진 동료들과 월드컵이라는 무대 위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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