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강인(21, 마요르카)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날개를 펼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개최된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전에서 랭킹 1위 브라질에 1-4로 패해 탈락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 도전은 아쉽게 좌절됐다.
다소 아쉬운 마무리였지만, 소득도 컸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토너먼트에 올랐고, 김민재(나폴리)와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조규성, 김문환(이상 전북) 등 한국 축구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주역들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으며 귀중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특히 '막내' 이강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맹활약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이후 단 한 번도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 만큼, 벤투 감독이 그를 중용할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벤투 감독은 첫 경기 우루과이전부터 이강인에게 20분 가까이 기회를 줬고, 가나전에서도 후반 12분 그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강인은 가나전 투입과 동시에 환상적인 크로스로 조규성의 득점을 도우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이강인은 포르투갈전에서는 아예 선발로 출전해 활약했고, 16강 브라질과 맞대결에서도 후반 29분 피치를 밟았다. 카타르행 자체가 미지수였던 이강인은 어느새 벤투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예리한 왼발 킥은 한국의 중요한 공격 루트였다.
이강인의 활약은 카타르 월드컵 전체를 통틀어서도 돋보이는 수준이다. 축구 통계 매체 'FBREF'에 따르면 이강인의 90분당 득점 창출(GCA 90)은 1.84에 달한다. 이는 그가 한 경기를 뛰면 1.84골로 이어지는 패스나 드리블, 반칙 유도를 선보인다는 뜻이다. 이강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라힘 스털링(1.97) 단 한 명뿐이다.
90분당 슈팅 창출(SCA 90) 수치 역시 수준급이다. 이강인은 7.96의 SCA 90 수치를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올랐다. 그의 위에는 킬리안 음바페(10.27)와 호드리구(7.98)밖에 없다. 독일의 신성 자말 무시알라와 안토니 그리즈만,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등도 모두 이강인의 밑이었다.
박수 속에 대회를 마친 이강인은 "형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선수로서 더 발전한 것 같다"라면서도 "사실 모든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 첫 월드컵은 점수를 매기기도 힘든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한 그는 "앞으로 몇 번의 월드컵을 더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음 월드컵은 4년이 남았기 때문에 최대한 매일 날마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강인은 분명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그의 날카로운 왼발은 언제나 상대를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력과 기동성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발전할 이강인의 다음 월드컵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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