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같은 16강이라는 성적을 냈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만큼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한국 축구가 기적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일본과 같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4년 뒤에도 기적을 꿈꾸고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황인범(26, 올림피아코스)의 따끔한 한마디를 새겨들어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막을 내렸다. 한국은 '알 라이얀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기적을 꿈꿨지만, 아쉽게도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 한국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는 벤투호가 치른 4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피치를 누볐고, 조별리그 내내 평균 12km 가까이 뛰며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다. 황인범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파이널 써드 지역 패스 89회를 기록하며 페드리(스페인, 100회)와 로드리고 데 파울(아르헨티나, 97회)에 이어 전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인범은 브라질전 패배에도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 것 같다"라며 "외부적으로 팀을 많이 흔들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내부적으로 잘 뭉치면서 서로를 믿었다. 이번 경기만 놓고 봤을 때는 1-4로 패배했지만, 지난 4년간 노력과 믿음이 지난 포르투갈전과 이전 경기들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후회는 남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뼈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다음을 준비하려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이 더 발전해야 이번에 느꼈던 이런 행복감을 대한민국 국민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축구 스타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여러 가지가 발전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인범은 방송 인터뷰에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일본과 같은 16강이라는 성적을 냈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만큼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것 같다. 많은 부분에서 아쉬운 게 사실"이라며 인프라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제가 듣기로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좋은 환경에서 해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유럽 어느 팀, 어느 리그를 가도 많은 일본 선수가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과거부터 선수들에게 '왜 유럽으로 진출하지 않느냐', '돈을 좇는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게 절대로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인범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아등바등 노력해서 16강 진출이란 기적을 일궈내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더 좋은 팀들처럼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자 한다면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벤투 감독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대표팀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지난 8월에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올바른 방식으로 돕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며 "사실 선수들의 휴식은 필요 없고 중요한 것은 돈과 스폰서가 아닌가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 있다.
황인범과 벤투 감독의 말대로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16강 진출은 언제까지나 기적 같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는 팀, 16강 진출이 기적이 아닌 팀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4년간 함께한 벤투 감독과 작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앞서 벤투 감독은 16강전 이후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4년 뒤에는 황인범의 대회 마지막 소감이 따끔한 한마디가 아닌 감사의 한마디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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