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카타르] ‘빌드업축구로 WC 16강 달성’ 한국 떠나는 벤투의 유산은 지켜질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12.06 13: 15

‘한국대표팀 최장수 감독’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자신의 축구철학을 완성한 뒤 한국을 떠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2022 16강전’에서 FIFA랭킹 1위 브라질에게 1-4로 패해 탈락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 도전도 아쉽게 불발됐다.
지난 2018년 8월 한국대표팀에 부임한 벤투는 4년 내내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 진출까지 성공한 역대최장수 감독이다. 벤투는 부임과 동시에 확고한 축구철학을 보였다. 자신의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는 아무리 폼이 좋아도 기용하지 않았다. 분명 선수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전술을 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부임기간 내내 특정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벤투는 확고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하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4-2-3-1포메이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4년 내내 확고한 틀 안에서 원하는 전술과 스타일을 일관적으로 밀어붙였다. 전술이나 용병술, 선수선발 모두 매우 보수적이었다.
전술적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벤투가 상황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아시아에서는 벤투가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가 통했지만, 세계무대서 과연 똑같은 축구를 할 수 있을지 매번 의문부호가 붙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벤투는 우려를 희망으로 바꿨다. 세계적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은 전반전 대등한 허리싸움을 했다. 벤투가 의도했던 빌드업 축구가 통했다. 강호를 상대로 한 수 접어주고 수비만 하는 축구가 아니라 대등하게 치고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벤투에 대한 여론도 ‘벤버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벤투가 선수에게 냉정하다는 인식도 이번 월드컵에서 많이 바뀌었다. 가나전 막판 벤투는 선수들 대신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동안 냉정한 모습만 보여줬던 벤투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장면은 생소하고 신선했다. 훈련중에도 벤투는 조규성과 이강인에게 먼저 다가가 세심한 일대일 지도를 해주기도 했다.
가나전 후 벤투는 자신의 퇴장에 대해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나도 사람이라 흥분해서 자제력을 잃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감수하겠다”고 사과했다. 퇴장여파로 벤투는 포르투갈전 벤치에 앉지 못했다. 위기속에서도 벤투가 지난 4년간 확실하게 구축해놓은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가동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의 지휘아래 한국은 포르투갈을 2-1로 이겼다.
20년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벤투는 한국을 상대했다. 박지성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한국이 1-0으로 이겼고, 포르투갈은 탈락했다. 벤투의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벤투는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조국 포르투갈을 상대했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공교롭게 벤투는 조국을 탈락시켰다.
벤투 감독에게 지난 4년간 한국대표팀에서의 평가를 부탁했다. 벤투는 “지난 4년간 한국대표팀과 함께 했다. 월드컵 기간이 끝난다면 결과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우리 목적을 일부 달성했다. 월드컵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고 총평했다.
월드컵을 통해 벤투는 자신의 빌드업 축구를 완성했다. 한국의 현실적 목표였던 16강 진출도 달성했다. 세계최강 브라질에게 완패를 당했지만 벤투의 업적은 확고하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벤투는 “한국대표팀과의 재계약은 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은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거취는 쉬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축구는 ‘최장수 감독’ 벤투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해야 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증명된 벤투의 유산은 과연 한국축구에 남을 수 있을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미래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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