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트리오’의 부상투혼은 한국축구를 16강으로 인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2022 16강전’에서 FIFA랭킹 1위 브라질에게 1-4로 패해 탈락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 도전도 아쉽게 불발됐다.
한국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30, 토트넘)을 비롯해 ‘괴물수비수 김민재(26, 나폴리), ‘황소’ 황희찬(26, 울버햄튼)까지 세 명의 빅리거를 보유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내내 세 선수가 부상에 시달리면서 100%의 전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은 정신력으로 부상마저 극복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부터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월 2일 토트넘 경기서 안면골절상을 입었다. 월드컵 출전의지를 불태운 손흥민은 3일 뒤 수술을 받았고 19일 뒤 실전에 복귀하는 정신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손흥민의 경기력은 100%가 아니었다. 마스크를 쓰면서 땀이 차고 시야가 가리는 등 경기에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다. 그는 부상여파로 헤딩경합 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 정상이 아니었다. 집중견제에 시달린 손흥민은 가나전까지 두 경기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다.
비판여론도 손흥민을 힘들게했다. 손흥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자 일부 팬들마저 손흥민을 비난하는 삐뚤어진 팬심을 보였다. 손흥민은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며 자책했지만 가나전 패배 후 눈물을 보였다.
한 방이 있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전 추가시간 80미터 폭풍드리블 질주 후 수비수 다리사이로 절묘한 어시스트를 했다. 황희찬이 마무리를 했지만 손흥민이 차린 밥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회 내내 집중견제에 시달린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헤딩까지 시도하는 투혼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대회를 마친 손흥민은 “응원과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스럽다라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 그러나 선수들과 스태프들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경기장에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팬분들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며 16강 진출의 쾌거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였다.
‘괴물수비수’ 김민재도 부상으로 신음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세계적인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와 다윈 누녜스를 철벽봉쇄한 김민재였다. 누녜스를 막던 김민재는 넘어지며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이후 김민재는 한 번도 팀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며 부상과 싸웠다.
가나전에서 부상투혼을 발휘한 김민재는 포르투갈전을 결장했다. 한 경기를 쉰 김민재는 브라질전에서 부상을 참고 뛰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손에 얻고 말았다.
첫 월드컵을 마친 소감을 묻자 김민재는 “모든 경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처음 경험하는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돌아봤다.
가장 아쉬울 선수는 황희찬이다. 벤투호에서 4년 내내 오른쪽 윙어 주전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그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주전에서 밀렸다. 나상호와 권창훈이 황희찬 자리에서 뛰었지만 누구도 그를 100% 대신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전은 황희찬의 한풀이 무대였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황희찬은 후반 46분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그간 부상으로 뛰지 못한 설움을 한 방에 날린 결승골이었다. 황희찬은 브라질전에서 선발로 출격해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을 선보였다.
한국은 빅리그에서 뛰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트리오가 나란히 부상으로 신음했다. 세 선수가 건강했다면 월드컵 성적을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선수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의 기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