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한다."
긴고 길었던 이번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한 '수비수' 김영권(33, 울산현대)이 브라질전 후 한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8위)은 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브라질(1위)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완패했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한국은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며 0-4로 끌려갔다. 후반 교체 투입된 백승호의 중거리 슈팅 만회골로 무득점 패배는 피했다.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7분 만에 하피냐의 박스 근처 컷백 패스를 건네받은 비니시우스가 골을 뽑아냈다.
전반 13분엔 페널티킥 득점을 허용했다. 정우영이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히샬리송의 발을 차는 행동으로 비춰졌다. 심판은 찍었고, 키커로 네이마르가 나와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은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전반 29분, 36분 각각 히샬리송과 루카스 파케타에게 추가 실점했다.
하지만 한국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후반 31분 백승호가 시원한 중거리포를 터트렸다. 무득점 패배는 면했다.
경기 후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김영권은 믹스트존에서 월드컵을 마친 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아쉽기도, 후련하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에 김영권의 지분은 평균 이상이다. 그는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0-1로 끌려갈 때 동점골을 넣어 한국의 2-1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한국 2-0 승)에서도 0-0으로 팽팽하게 경기가 흘러갈 때 후반 추가시간 앞서가는 골을 넣기도 했다. 2대회 연속골.
김영권은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 경기로 "독일과 포르투갈전이지 않을까"라면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 드문 일이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자주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준비했던 지난 4년을 돌이켜본 그는 "좋을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안 좋은 말도 많았는데 감독, 코치님들과 함께 내부적으로 단단하게 잘 버텼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경험을 한 4년이었다. 이전까지 월드컵 얼마 남기지 않고 항상 감독님이 교체됐다. 그땐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는데 이번엔 벤투 감독님 체제로 4년 준비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배움도 있었다. 좋았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영권은 "경기 후 벤투 감독님께서 '4년 동안 다들 너무 고생했고 믿고 따라와줘서 고맙다. 4년 여정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고맙다'고 선수들에게 말씀하셨다"고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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